‘허리’ 튼튼해야 사회 통합해 위기 극복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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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산층은 사회의 ‘허리’다. 한 나라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중산층이 중요한 이유는 수없이 들 수 있다. 민주주의를 받치는 토대이자 경제활동의 중심이며 사회 혼란을 막는 중추 세력이다. 두터운 중산층을 중심으로 사회 통합을 이루어야 위기 탈출도, 경제 성장도 가능하다.

고려대 임혁백(정치외교) 교수는 “그리스의 철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산층이 튼튼해야 민주주의가 튼튼해진다고 했다”며 “이 명제는 아직도 통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요즘 정치가 불안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도 중산층 붕괴의 결과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권영민 전 독일대사는 “해외를 돌아보면 대개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가 선진국”이라며 “중산층이 얼마나 안정돼 있고 두터우냐에 따라 정치적·사회적 안정과 경제적인 발전이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7년 이전만 해도 한국의 중산층은 두터웠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60~70%가 중산층으로 나타났다.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것도 튼튼한 중산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중산층을 흔들어 하층으로 떨어뜨렸다. 그 혼란이 진정된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대형 태풍을 다시 맞게 된 것이다.

중앙일보가 2005년과 2008년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비교해 보면 이런 우려가 수치로 드러난다. 사회를 떠받치는 핵심 중산층이 엷어지고, 하층으로 떨어졌거나 그 선상에 있는 한계중산층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본격적인 경제위기가 시작도 안 됐는데도 사람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당장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개인과 국가의 경제활동이 큰 지장을 받게 된다. 한국노총의 강충호 홍보선전본부장은 “중산층의 저축과 소비가 줄어들면 내수 소비 경제가 취약해지고 이에 따라 전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 역시 떨어진다”고 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 상임부회장은 “중산층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경제위기 극복은 요원해질 것”이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중산층을 보호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파워의 이승우 사장은 “중산층이 몰락하면 사회 구조의 불균형이 초래돼 소득 재분배에 문제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산층이 허약하면 사회는 요동친다. 연세대 김진수(사회복지학) 교수는 “중산층 붕괴는 사회 불안으로 바로 연결된다”며 이를 도박에 비유해 설명했다.

“100만원을 걸어 이기면 200만원을 받고 지면 판돈을 모두 잃게 되는 도박이 있다고 하자. 생활이 안정된 사람들은 도박에 잘 응하지 않겠지만 하루하루가 절박한 계층은 이에 뛰어들게 된다. 중산층 붕괴는 도박으로 상징되는 불안·혼란으로부터 사회를 지켜내는 버팀목에 금이 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중산층 붕괴와 계층 양극화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지만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정책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양극화 논의는 분열과 대립을 불러올 수 있다. 중산층 복원 노력은 통합에 도움이 된다.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인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노무현 정권에서 보듯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양극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계층 갈등을 부추기며 이념 논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반면 중산층에 맞춰 논의를 하면 사회 통합과 함께 건전한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산층에는 좌·우 대결 구도보다는 상층과 하층의 중간 계층이라는 개념이 녹아 있어 통합의 중심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규연 기자


◆중산층=사회과학적으로 정립된 용어는 아니다. 대개 소득을 기준으로 나누지만 주관적 귀속감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 상당수가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분류하고 있고, 또 상황에 따라 중산층과 빈곤층을 오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상의 상·중·하, 중의 상·중·하, 하의 상·중·하 9개 범주 중 어디에 속하는지 물어 주관적 귀속의식을 파악했다. 학계의 분류법을 원용해 중의 상과 중의 중을 ‘핵심 중산층’, 중의 하와 하의 상을 ‘한계 중산층’으로 구분했다. 중산층 내부의 편차를 드러내 위기 실체를 파악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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