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자금의 만남=동양이 소디프로부터 기술 유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고소당한 것은 군산 공장에서 폴리실리콘을 양산하기 직전인 올해 1월이다. 군산 공장은 폴리실리콘을 만들 때 삼염화실란(TCS)이라는 공정을 거친다. 소디프의 이영균(56) 총괄사장은 “TCS 공정은 우리의 독자기술인 모노실란 생산공정에 있는 것”이라며 “동양이 2006년 초부터 파견한 임직원 20여 명을 통해 이 기술을 조직적으로 빼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양의 백우석 사장은 “미국 GE에서 98년에 TCS 원천기술을 도입해 폴리실리콘 양산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 총괄사장이 태양광발전사업이 뜨자 소디프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분쟁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동양은 2005년 12월 소디프에 투자했다. 당시 이 총괄사장은 폴리실리콘의 원천기술이라는 모노실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디프는 자금난으로 공장을 짓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양은 폴리실리콘을 신수종사업으로 보고 기술을 찾고 있었다. 따라서 양측은 자금과 기술을 대기로 하고 주주 간 계약서를 썼다. 이 총괄사장의 경영권을 5년간 보장하고, 동양은 국내외 영업과 재무·생산기술을 담당하기로 했다. 동양의 투자금은 610억원(지분 14.2%)이었다.
◆3년간 동거 막 내리나=소디프는 동양이 임명한 조백인 공동사장을 최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해임했다. 이 총괄사장 측 이사진(3명 중 2명)이 내린 결정이다. 그러자 동양은 지난달 초 소디프의 지분을 당초 14.2%에서 36.8%까지 늘려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 총괄사장은 2대 주주(12.4%)로 떨어졌다. 또 동양은 대표이사 재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소집했다. 소디프 측이 주총을 가로막자 즉시 법원에 임시주총소집허가신청을 내기도 했다.
동양은 “소디프는 이제 계열사가 된 만큼 기술 유출 논쟁이나 경영권 분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총괄사장 측은 “동양이 폴리실리콘 원천기술 유출에 이어 소디프의 주력사업인 모노실란마저 군산 공장에서 생산해 우리를 빈 껍데기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군산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최근 양측 수뇌부를 조사한 데 이어 이달 중 결과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기술에 목말라하는 대기업과 투자에 굶주린 벤처 간 만남이 3년 만에 분쟁으로 막을 내릴 위기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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