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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15조원 태양광 대박에 … 빛 바랜 ‘상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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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상생모델로 박수를 받았던 동양제철화학과 소디프신소재가 분란에 휩싸였다. 두 회사는 3년 전인 2005년 동양이 자금을 대고 벤처업체인 소디프가 기술을 제공하면서 의기투합했다. 분쟁은 소디프가 기술 유출 혐의로 동양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됐다. 양측은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주주총회장의 세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들 분쟁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110억 달러(약 15조원)의 대박’을 터뜨린 폴리실리콘이 자리 잡고 있다. 동양은 올 3월 전북 군산 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태양전지(솔라셀)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연간 5000t)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최근 각국의 대체에너지 개발 붐으로 주문이 폭주해 생산 9개월 만에 110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기술과 자금의 만남=동양이 소디프로부터 기술 유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고소당한 것은 군산 공장에서 폴리실리콘을 양산하기 직전인 올해 1월이다. 군산 공장은 폴리실리콘을 만들 때 삼염화실란(TCS)이라는 공정을 거친다. 소디프의 이영균(56) 총괄사장은 “TCS 공정은 우리의 독자기술인 모노실란 생산공정에 있는 것”이라며 “동양이 2006년 초부터 파견한 임직원 20여 명을 통해 이 기술을 조직적으로 빼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양의 백우석 사장은 “미국 GE에서 98년에 TCS 원천기술을 도입해 폴리실리콘 양산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 총괄사장이 태양광발전사업이 뜨자 소디프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분쟁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동양은 2005년 12월 소디프에 투자했다. 당시 이 총괄사장은 폴리실리콘의 원천기술이라는 모노실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디프는 자금난으로 공장을 짓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양은 폴리실리콘을 신수종사업으로 보고 기술을 찾고 있었다. 따라서 양측은 자금과 기술을 대기로 하고 주주 간 계약서를 썼다. 이 총괄사장의 경영권을 5년간 보장하고, 동양은 국내외 영업과 재무·생산기술을 담당하기로 했다. 동양의 투자금은 610억원(지분 14.2%)이었다.

◆미래에셋도 인정한 기술=“한국에서 태양광발전 기술의 최고봉을 찾아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2006년 초께 사내의 전 애널리스트를 불러 놓고 이렇게 독려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일본·독일 등을 돌아다닌 끝에 ‘미래의 반도체는 폴리실리콘’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삼성전자가 20년 전 찾은 반도체처럼 미래의 먹거리 업종을 찾아 장기 투자하겠다는 전략이 있었다. 미래에셋 애널리스트들은 전국을 돌며 태양광발전 기술업체를 물색해 동양을 최종 낙점했다. 고순도의 폴리실리콘 기술을 갖고 있다는 이유다. 기술력이 있는 소디프와 손을 잡은 점도 높이 평가했다. 미래에셋의 동양 지분은 11.3%에 달해 2대 주주일 정도다. 이후 동양의 주가도 뛰었다. 2005년 말 3만원대에서 3년 만에 44만원대로(9월 기준) 치솟았다. 금융위기로 떨어지긴 했지만 현재도 20만원대다.

◆3년간 동거 막 내리나=소디프는 동양이 임명한 조백인 공동사장을 최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해임했다. 이 총괄사장 측 이사진(3명 중 2명)이 내린 결정이다. 그러자 동양은 지난달 초 소디프의 지분을 당초 14.2%에서 36.8%까지 늘려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 총괄사장은 2대 주주(12.4%)로 떨어졌다. 또 동양은 대표이사 재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소집했다. 소디프 측이 주총을 가로막자 즉시 법원에 임시주총소집허가신청을 내기도 했다.

동양은 “소디프는 이제 계열사가 된 만큼 기술 유출 논쟁이나 경영권 분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총괄사장 측은 “동양이 폴리실리콘 원천기술 유출에 이어 소디프의 주력사업인 모노실란마저 군산 공장에서 생산해 우리를 빈 껍데기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군산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최근 양측 수뇌부를 조사한 데 이어 이달 중 결과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기술에 목말라하는 대기업과 투자에 굶주린 벤처 간 만남이 3년 만에 분쟁으로 막을 내릴 위기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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