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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의 컬처코드] 가짜여도 가족이 필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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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돌아보면 올해 TV에는 유난히 스타들이 나오는 ‘가족 코드’ 오락프로가 많았습니다. 가상 신혼체험(MBC ‘우리 결혼했어요’), 다섯 남자의 육아일기(SBS ‘좋아서’), 엄마 맞바꾸기(tvN ‘아내가 결혼했다’), 가상 가족(‘가족이 필요해’ MBC에브리원)이 잇따랐습니다.

굳이 가족을 표방하지 않은 경우에도 리얼 버라이어티 출연자들은 ‘유사가족’을 연기했습니다. SBS ‘패밀리가 떴다’는 유재석·이효리 ‘남매’를 축으로, 나머지 출연자들이 오빠 동생 누나 등 ‘유사가족’으로 배치됐습니다. 이들이 가족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은 한 공간에 머물면서 먹고 자는 일상사를 같이하기 때문이죠.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도 식사 준비, 집안일 나눠 하기 등이고요. 섹시스타 이효리가 남성 스타들과 한 방에서 잠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도 이런 가족 이미지 때문일 겁니다.

KBS ‘1박2일’은 맏형 강호동에서 막내 이승기의 6형제 유사가족으로, SBS ‘골드미스가 간다’는 6자매 유사가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골미다’는 매회 경쟁을 통해 맞선녀를 뽑는 구도에, 도저히 한 프로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출연자 간 이질성을 뛰어넘는 ‘자매애’로 눈길을 끄는 프로입니다. 일정 나이대 ‘결혼 스트레스’를 공유한 여성들의 연대감이랄까요.

출연진이 유사가족을 구성하는 SBS ‘패밀리가 떴다’.


이러한 구도는 스타들의 사적인 면모를 끌어내기에 가족 설정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 방에서 같이 잠들고 잠옷 차림으로 돌아다니거나, 잠에서 막 깨어나 퉁퉁 부은 생얼을 공개하고,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에 가족 역할극만한 것이 없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들 유사 가족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한시적입니다. 1기 멤버들이 전부 하차하는 ‘우결’처럼 문제가 생기면 그 안에서 해결점을 찾기보다 멤버 교체를 택합니다. 가족의 존속 자체가 절대적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죠. 현실의 가족관계를 반영하듯 부모·자식의 2세대보다는 단일 세대 중심에, ‘결손형 가족’들도 눈에 띕니다. 출연자들은 인간적 결함과 콤플렉스를 허물없이 드러내고, 바로 그 대목에서 친밀감과 유대(가족애)가 발동하고요.

현실 속 우리 가족은 연일 위기이고 해체일로라는데, 오락 프로에서는 유사 가족체험이 넘쳐나니 아이러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으로, 흔들리는 것은 가족 자체가 아니라 전통적 가족관계일 뿐 가족이 주는 사적 친밀감에 대한 요구는 어느 때보다 크다는 얘기도 되겠죠. 전통적 가족은 흔들려도 탈권위적이고 유연한 유사가족, 대안가족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으며, 실패를 위로하는 가족의 역할은 여전하다는 것도 말해 줍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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