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1초가 급한데 …” 국회는 싸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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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한민국 국회 맞습니까.”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638호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실. 여야가 내년 예산안을 논의하는 장소이지만 오간 것은 낯 뜨거운 고성과 몸싸움이었다. 예산안조정소위가 구성된 1일 이후 여야는 사흘째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를 계속했다. 예산안을 제출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참담한 심정이 든다”고 말했다.

국회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예산안 의결의 법정 시한(2일)은 이미 넘겼다. 예산안이 묶이면서 각종 감세법안과 저소득층 복지 지원과 같은 민생법안도 함께 발이 묶였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머리를 맞대고 경제 대책을 논의해도 모자랄 판에 예산안을 놓고 정쟁을 벌이는 국회를 보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회가 항상 이렇지는 않았다. 외환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던 1998년 12월 10일. 국회는 84조9000억원 규모의 99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헌법상 기한인 2일은 넘겼지만 최대한 서두른 결과였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확대와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투자부문 예산을 43조원이나 책정했다.

물론 당시도 제2 건국운동 예산을 둘러싼 갈등으로 여야가 맞섰다. 하지만 민생이 더 중요했다. 야당이 표결에 불참했지만 단상 점거와 같은 실력행사는 하지 않았다. 여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눈감아 준 것이다. 그 덕분에 99년 1월 초순부터 재정이 집행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그해 경제성장률이 9.5%에 달하며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나자 국회의 고질적인 버릇이 재발했다. 국회는 2003년 이후 해마다 헌법을 어기고 예산안을 12월 30일 전후에야 통과시켰다. 예산안이 늦게 통과되면 연쇄적으로 재정 집행도 늦춰진다. 예산 확정 이후 ‘공고→집행계획 수립→국무회의 의결’에 한 달이 걸리기 때문이다. 연말에 통과되면 내년 1월 한 달을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방경제 활성화(4조6000억원)와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 지원(3조4000억원) ▶저소득층 복지지원(1조원) 등 형편이 어려운 지방경제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예산이 묶이게 된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일본의 의회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 미국 재무부가 9월에 제출한 7000억 달러 구제금융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는 데 14일밖에 안 걸렸다. 일본 정부가 제출한 12조 엔 규모의 경기부양책도 보름 만에 의회를 통과했다.

이용걸 재정부 예산실장은 “예산이 확정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도 관련 사업을 할 수 없고, 서민 지원도 늦어진다”고 우려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전시와 같은 위기 상황에 여야가 정쟁만 하면 국민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지금은 1분 1초를 아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종윤·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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