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명 찬성 … 30년 비공개 될 문서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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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전자투표 전광판이 찬성을 뜻하는 녹색등 일색으로 바뀌자 의석에선 감탄사가 흘렀다. “꽤 많이 나왔네”란 소리도 나왔다.

출석 의원 247명 중 찬성 213명.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 본회의에 출석한 한나라당 의원 전원과 김효석·김부겸(이상 민주당), 조순형·심대평(자유선진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기권과 반대는 각각 25명, 9명에 불과했다.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지도부를 찾아간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이른바 ‘사초(史草)’의 공개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최장 30년 비공개 도장이 찍혔던 노무현 청와대의 쌀 직불금 관련 자료가 이날 국회의 의결로 모두 공개되게 됐다.

사실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선 의결 여부를 반신반의했다.

‘문턱’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했다. ▶헌법 개정 ▶대통령의 탄핵 소추 ▶국회의원 제명 때와 같은 수준이다. 한나라당(172석)의 힘만으론 불가능했다.

쌀 직불금 국정조사특위가 국조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자료를 공개키로 합의했다고 하나 민주당이 썩 적극적이지 않았다.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이 근래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면서도 “국회 의결을 통해 전직 대통령 기록물을 들여다보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공개 요구안에) 반대하면 (기간) 연장하는 건 해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인 전재희 의원까지 표결에 참여했다.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에선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물러난 지 채 1년도 안 된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을 들여다보는 게 적절한가”란 공방이 이어졌다. 대통령 재직 중의 기록물에 대해 일정 기간 비공개하도록 한 것은 재직 중 기록물을 남기는 데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자는 취지다. 조선시대 사초 운영 방식과 유사하다.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국회의 법적 요건을 거친다면 마땅히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도 “사초가 어떻고 하는 건 자질구레한 변명이다.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고 동조했다. 반면 같은 민주당의 김종률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록물을 들춰보고자 한다면, 또 오늘 그런 선례를 남기게 된다면 앞으로 어느 대통령이 국정기록을 남기려 하겠는가”라며 “의결정족수가 3분의 2란 건 그만큼 대통령기록물도 중요하고 무겁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회의 의결로 여야 간에 지루한 신경전을 벌여 왔던 직불금 명단 공방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노무현 정부가 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을 알고도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해 은폐·축소한 것인지, 또 일부 부유층·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재산세 등을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직불금을 받아 왔는지 여부도 가려질 전망이다.

고정애·권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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