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기술엔 아무 관심 없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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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바이오 벤처기업 카이노스메드의 이기섭(左)·강명철 공동대표.

“한국의 벤처캐피털은 투자할 벤처업체의 사업계획서나 기술 내용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매출을 어느 정도 낼 수 있고, 몇 배의 이익을 남겨 자본을 회수할지에만 관심이 있더라.”

미국의 동부와 서부에서 벤처 고수라는 얘기를 듣던 카이노스메드의 공동대표 강명철(58) 박사와 이기섭(58)씨는 한국에서 1년간 사업을 해 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카이노스메드는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강 대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본사의 기술개발이사와 듀폰의 기술연구원을 역임하는 등 신약 개발 분야에 정통하다. 이 대표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실리콘 이미지라는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며 주목을 받았었다.

경기고 동창인 이들은 지난해 6월 한국의 바이오·제약산업이 10년 뒤 글로벌 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인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의과대학으로 몰리는 모습을 보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에서 벤처사업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정부의 연구비를 따내는 일이었다. 강 대표는 “정부 연구비를 일단 받아놓아야 한국에서는 전도 유망한 벤처기업으로 인정받더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잔뼈가 굵은 ‘벤처 고수’들이지만 “한국의 벤처 법도를 따라야 했다”고 했다.

이 업체는 임상시험 중인 구강건조증 치료물질 ‘PS-552’를 앞세워 정부로부터 연구비 30억원을 타냈다. 지식경제부의 ‘2008 바이오스타 프로젝트’에 선정된 것이다. 사실 카이노스메드는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신약 후보 물질을 처음부터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물질을 개발한 기업과 계약을 한 뒤 이를 상품화해 수익을 올린다. PS-552 또한 미국 패리온사이언스사가 개발한 물질을 들여왔다.

하지만 벤처기업을 세우고 1년여 동안 야심차게 밀어붙였지만 이들에게는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벤처 인프라가 열악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회사 여러 곳을 방문했지만 이들은 일말의 위험부담도 지려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미국에서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캐피털 회사와 증시에 상장하기 직전에 투자하는 캐피털 회사로 세분돼 있다. 초기 투자자는 20~30배의 수익을 기대하고, 상장 직전 투자자는 2~3배의 수익을 기대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이 같은 구분이 없다. 한국의 캐피털 회사는 위험부담이 전혀 없이 10∼20배의 수익률을 요구하기 일쑤라는 게 강 대표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벤처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충 설명했다. 한국 벤처시장에서는 단순히 정부 연구비를 타냈는지, 얼마나 매출을 올리고 있는지 등만 따진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의 창업자들은 최고경영자(CEO)와 기술책임자(CTO), 재무책임자(CFO) 등 모든 역할을 맡고 있다”며 “초기 벤처와 기업 공개(IPO) 단계에 각각 전문화된 CEO 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자 해외자본으로 눈을 돌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지만 현재 막바지 조율 중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가 실리콘밸리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큰손’들이라는 설명이다. 이 자금을 이용해 올 연말 유망한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미국 회사를 2500만 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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