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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일정 수준 안 되면 운동선수 생활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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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천안중앙고 태권도 선수 김모(18)군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꿈이다. 김군이 목표를 이루려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할 전망이다. 공부를 게을리하면 경기 출전은 물론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김군은 “운동에만 전념하기도 쉽지 않은데 공부까지 하라면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일 학생 운동선수가 일정 수준의 성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경기 출전과 선수 등록을 제한하는 등 ‘최저학력제’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17일 학생 운동선수의 수업 결손 같은 문제와 관련해 선수 인권 보호를 포함한 정책을 정부에 권고한 데 이어 당정이 이날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학생 선수와 체육계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당장 시행하면 경기력 손실이 커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 11월 20일자 12면>

◆선수도 공부해야 한다=최저학력제는 학생 선수들이 잦은 대회 출전 때문에 수업에 빠지면서 생기는 성적 저하와 운동 중도 포기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일정 성적을 유지해야 경기에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성적의 성취 수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 황인철 교육복지지원국장은 “100명 중 90등 정도는 해야 된다”며 “내년에 정책 연구를 거쳐 2010년 이후에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학생 선수가 공부하면서 운동할 수 있도록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선수 폭력이 주로 합숙소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합숙소도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국 880여 개의 합숙소를 순차적으로 없애고, 통학이 어려운 농어촌 지역에는 기숙사 형태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체육 지도자의 인권 교육과 자질 향상을 위한 재교육도 강화하고,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개발, 보급하기로 했다. 학생 선수에 대한 폭력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신분 노출의 위험 때문에 신고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상담 전문가가 직접 운동부를 방문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상담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제6정조위원장은 “학생 체육대회의 초점이 ‘이기는 스포츠’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단계적으로 시행해라=체육계 인사들은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당장 시행할 경우 경기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성철 대한체육회 체육본부장은 “한국이 올림픽 등에서 세계 10강까지 오른 데에는 엘리트 스포츠의 힘이 컸다”며 “무작정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라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소식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축구부 신재흠(50) 감독은 “엘리트 체육을 시작하는 초등학교부터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입학을 위해 어느 정도 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이 정해지면 운동을 시작하는 학생에게 목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균관대 조성태(41) 농구부 감독은 “미국·일본과 달리 우리는 선수층이 얇아 바로 도입된다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 고 주장했다.

김현승·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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