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선수 98%가 100명 중 80등 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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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권위 조사 결과 시합이 없을 때 학생 선수들의 하루 평균 수업시간은 4.4시간. 대부분 오전 수업만 받았다. 시합을 앞두면 1.9시간에 불과했다. 태권도 선수인 김도훈(가명·고3)군은 “어쩌다 수업에 들어가도 선생님들이 자라고 한다”고 말했다.

학습 결손은 학력 저하로 이어진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학기 전국 중학생 선수의 평균 성적은 100점 만점에 53.1점, 고1 선수는 46.1점이었다. 학생 100명 중 80등 밖인 선수가 중학생은 76%였고, 고1은 거의 대부분(97.8%)이었다.

김지선(가명·고2)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드민턴 선수로 뛰다 지난해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과외 선생님에게 더하기·빼기도 잘 모른다고 했지만 선생님은 내 말을 안 믿고 분수부터 가르쳤다”고 말했다.

운동 외에 배운 것이 없는 이들은 지도자나 선배의 폭력·성폭력에 쉽게 굴복한다. 양궁선수인 박혜련(가명·중2)양은 “공부를 잘할 수도 없는데 운동을 계속하려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해 선배의 구타를 코치나 부모에게 알리지 못했다. 혼자 폭력을 견디던 박양은 결국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4개의 금메달을 땄던 전이경(32)씨는 “서울대는 1년에 수천 명이 들어가지만 스포츠 세계는 1등만이 살아남는다. 운동 외에 다른 인생을 설계할 능력이 있어야 폭력에 맞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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