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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룽 “전 재산 4000억원 사회에 기부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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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것이다. 나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은행 통장을 깨끗이 비울 것이다. 전 재산을 가족이 아니라 사회에 기부하겠다.” 중화권 최고의 쿵푸(功夫) 배우인 청룽(成龍·54·사진)이 평생 모은 전재산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선콘서트를 위해 방문한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2일 일간지 양성만보(羊城晩報)와 인터뷰를 하면서다. 20여 년간 액션 배우로 활동해온 그의 재산은 20억 위안(약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룽은 “나도 젊었을 때는 돈이 생기면 뭐든지 갖고 싶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사들였고 창고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이런 물건은 나에게 큰 짐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외지물(身外之物)이란 표현을 빌어 “그러면서 돈은 본래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린 그는 그 뒤 영화 촬영으로 번 돈의 일부는 저축하고, 일부는 반드시 기부했다. 검소한 생활 습관이 몸에 익었다. 청룽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던 것처럼 죽을 때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生不帶來 死不帶去)는 생각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라고 말했다. 불가에서 말하는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그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졌다.

이미 중화권에서는 청룽의 자선 활동이 상당히 알려져 있다. 10여 년 전에 이미 당시 재산의 절반을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 이번에 전재산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그는 “나는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회장)보다 10여 년 일찍 자선 운동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청룽 배(杯) 자동차 경주 대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해 왔다. 팬들이 기탁한 성금을 자선단체에 전달하는 일종의 간접 기부도 활발하게 해왔다. 베이징(北京) 올림픽 홍보대사로 위촉될 만큼 중화권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은 연예인으로 꼽히면서 팬들과 일반인들이 그에게 성금을 기탁하는 일이 잦았다.

지난해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어떤 사람이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맡긴 100만 위안(약 2억원)으로 8000벌의 오리털 점퍼와 6000켤레의 신발을 공장에 주문했다. 그런데 미처 옷과 신발 치수를 알려주지 않아 낭패를 볼 뻔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성금을 내기만 하면 됐는데 요즘엔 책임이 더 늘었다”라고 말했다.

청룽에게는 연예인 출신의 부인 린펑자오(林鳳嬌), 가수로 활동중인 외아들 팡쭈밍(房祖名)이 있다. 재산의 일부라도 가족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혹은 없었을까. 하지만, 청룽의 자녀 교육관은 엄격하고 분명하다.

“아들에게 능력이 있으면 아버지의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능력이 없다면 더더욱 아버지가 모은 재산을 아들이 헛되이 탕진하게 할 수 없다.”

청룽의 어린 시절은 힘들었다. 부친은 전란을 피해 팡(房)씨 성을 숨기고 천(陳)씨로 위장해 살았다. 세관 단속원으로 일하던 부친은 어느날 먹고살기 위해 두 아이를 데리고 아편을 운반하던 여성을 적발했다 풀어줬다. 이 인연으로 나중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청룽은 어린 시절 주먹질을 일삼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설득으로 16세에 손을 씻었다.

그는 어릴 시절엔 천강성(陳港生)으로 불렸다. 홍콩에서 태어났다고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다. 그러나 부친이 80세에 타계하기 직전에 팡스룽(房仕龍)이란 본명을 알려줬다. 청룽은 “전재산 기부와 별도로 죽기 전에 나에 관한 모든 숨겨진 얘기를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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