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생각 알려면 이 책 읽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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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한 사람들은 이 4권의 책을 읽어라.”

전 세계 유력 인사들이 워싱턴으로 몰려들고 있다. 오바마 측 사람들을 만나 오바마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다. 한국의 정치·경제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보다 간편한 지름길이 있다. 대선 전과 승리 후 오바마가 읽은 책들이다. 오바마가 스스로 공개하거나, 언론에 의해 알려진 오바마의 애독서 4권을 읽어보면 책의 내용과 오바마의 최근 행보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내각과 백악관의 주요 요직 용인술부터 외교안보 분야의 큰 전략까지, 그리고 금융위기의 단기적 처방부터 진보진영의 중장기 목표까지 골고루 포함돼 있다. 자신의 평소 생각과 유사한 책을 추천받아 읽은 뒤 이를 현실에 응용하는 오바마의 독서습관 때문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 이후 (The Post-American World)』=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 5월. 공항에서 이동하려던 오바마의 왼손에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시사잡지 뉴스위크 주필인 파리드 자카리아(44)가 쓴 『미국 중심의 세계 이후』였다. 이 책은 중국·인도의 부상에 따른 세계질서 재편을 다루고 있다. 그의 시각에선 미국이 쇠락한 게 아니라 나머지 세상이 변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과거 향수를 못 버리고 군사력 위주의 ‘하드파워’로 세계를 이끌어가려 할 게 아니라 인류 공통 가치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소프트파워’ 중심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인도네시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는 등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가진 오바마가 미국 주도 대신 국제 공조에 의한 다자간 접근 및 해결 방식을 외교정책의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오바마가 중국을 중시한다는 점도 같다. 자카리아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슬람교도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 대해 정통한 지식인”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불평등한 민주주의(Unequal Democracy)』=오바마 대선 캠프의 수석전략가였으며 백악관 고문으로 합류할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최근 오바마가 읽고 있다고 공개한 책이다. 프린스턴대 래리 바텔 교수가 쓴 이 책은 특정 정당의 집권이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이나 서민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텔은 민주당 집권 때가 공화당 집권 때보다 평균적으로 중산층은 2배, 서민층은 6배나 빠르게 수입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률을 비교해도 1948~2007년 동안 공화당 집권 34년간은 평균 1.64%, 민주당 집권 26년간은 2.78%에 달했다는 것이다.

강력한 의회의 뒷받침을 바탕으로 레이건 전 대통령 이래의 보수시대를 마감하고 새 진보시대를 열어 나가려는 오바마에겐 놀라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책이다. 오바마는 금융위기를 맞아 경제팀에 경험 많은 중도 보수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도 전반적인 국정 청사진은 진보 진영 중에서도 개혁성이 강한 신진보센터(CAP)에 맡겼다.

◆『결정적 순간(The Defining Moment)』=오바마가 당선 후 첫 인터뷰에서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 전 대통령의 임기 초 100일에 관한 신간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이 바로 뉴스위크 기자인 조너선 알터가 쓴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 책은 ‘FDR의 초기 100일과 희망의 승리’라는 부제대로 1930년대 대공황 발생 이후 집권한 민주당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제정책 집행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남북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경제공황 사태를 맞아 치밀한 정치감각과 끓어오르는 정열을 갖춘 루스벨트가 어떻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함께 구해내는가를 보여준다.

◆『경쟁자들의 내각(Team of Rivals)』=오바마가 직접 자신의 영웅 중 한 명이 링컨이라고 밝히면서 애독하고 있다고 밝혀 유명해진 책이다. 대통령 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이 쓴 이 책은 링컨이 자신의 선거 경쟁자들을 국무장관 등 내각 핵심에 대거 발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임명하는 등 ‘통합과 화합의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가 관심있게 읽고 있다고 밝힌 이후 『경쟁자들의 내각』과 『결정적 순간』은 지난달 말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역사책 베스트셀러 순위 1위와 8위에 각각 올랐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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