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베어마켓’ 온다는 미국판 미네르바의 경고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닷새 연속 오른 걸 보고 미국 투자자들이 안도의 숨을 내쉰다는 소식이 들린다. 마침 수확의 징표인 추수감사절이 끼어 상대적 만족감은 더한 것 같다.

지난 21일부터 상승 용틀임을 보인 다우는 이번 주 내내 쉬지 않고 뛰면서 1277포인트 높아진 8829가 됐다. 5거래일간 성적이 17% 오른 것은 1932년 대공황 이후 ‘신기록’이다. 공황의 공포에서 탈출하고 싶은 투자자들로선 더욱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것이다. 나스닥을 비롯해 영국·홍콩·브라질 증시도 모처럼 두 자릿수로 동반 뜀틀에 올랐다.

사실 요즘 주가 그래프를 보면 슬슬 승리의 V자를 그리며 올라가는 모양새다. 드디어 ‘바닥을 지났다’는 위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자의 차도와 완전 회복은 구별해야 한다. 기업 부도와 경기 침체를 비롯해 아직 장애물은 많다.

한국에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있다면 미국엔 로버트 프렉터가 있다. 통념에서 벗어나 시장을 앞서 짚는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주가 차트를 통해 시장을 분석하는 그는 78년 각종 거시지표와 증시 변수를 점검하고선 “80년대 불꽃 장세가 시작된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당시엔 모두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그는 정확히 시장을 4년 앞서 갔다. 투자자들로부터 ‘구루(스승)’라는 호칭도 얻었다. 95년엔 “황소장세가 머잖아 끝난다”고 예견했다. 그의 말은 닷컴주의 거품 붕괴로 현실화됐다.

그런데 요즘 미국 투자 사이트에서 프렉터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린다. 이미 수년 전에 사상 초유의 거품이 무너지고 디플레이션이 찾아오면서 100년 약세장이 시작된다는 무서운 예고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낙관론에 파묻혔던 그의 예고가 부활한 건 요즘 시장 돌아가는 판세가 흡사하기 때문이다.

주가 차티스트들의 예측이 항상 맞은 것은 아니었기에 프렉터가 혹세무민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의 적중률 전과가 투자자들을 찜찜하게 만든다. 발 빠른 각국 정부의 대응력에 기대를 걸어 보면 사실 100년은 허풍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미네르바의 주가 예측이 때때로 틀렸던 것처럼 프렉터도 매번 100점을 맞진 못할 것이다.

다만 프렉터가 던지는 행동강령만은 백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예컨대 안전한 은행을 찾아 나서고, 현금 보유를 최상으로 생각하며, 부동산과 주식을 멀리하고, 빚부터 갚으라는 조언이 그렇다. 중앙SUNDAY는 이번 머니면에 증권사들의 2009년 주가 전망을 소개했다. 여의도 전문가들이 제시한 중단기 생존 전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음 주 안방 시장에선 은행에 대한 자본금 확충 방안과 채권시장 안정 펀드 규모, 11월 말 외환보유액, 3분기 국민소득, 10월 소매판매액 같은 굵직한 내용들이 발표된다. 미국에서는 고용지표가 나온다. 금융위기 수습 방향과 실물 전염도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표들이다.

모처럼 살아난 투자 심리에 더욱 안도감을 심어 줄지, 혹은 찬물을 끼얹을지 놓치지 않고 주시할 타이밍이다.

김준술 기자

중앙SUNDAY 구독신청

[J-HOT]

▶ "2000만원 내려도 세입자 없어" 역전세난

▶ 박정희, 큰형님 '부탁'하자 경찰에 지시해…

▶ 삼성·LG의 효자들 "불황? 없어서 못팔아요"

▶ 이 와중에 뉴욕 최고급 호텔에 매장 연 그녀

▶ 복귀설 '왕의 남자' 곽승준 "'이명박 매직' 조만간 온다"

▶ 남성 에이즈 발병원인 절반은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