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없다” 역전세난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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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전셋값을 내려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겨울방학을 앞둔 이사철이지만 서울·수도권에선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확 줄었다. 전셋값도 떨어지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어난 반면 불경기로 이사 수요는 급감한 때문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10월까지 줄곧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월 들어 1.1% 내렸다. 특히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은 한 달 새 1.56% 떨어졌다. 월간 단위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다.

유명 학원 밀집지역인 서울 대치동 일대에선 ‘방학 특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는 9월보다 2000만원 정도 내려 2억2000만~2억3000만원 선에 전세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대치동 열린부동산 김성균 사장은 “예년 이맘때는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찾아 분주히 움직였지만 올해는 발길이 뜸하다”고 전했다. 잠실 주공5단지 115㎡는 연초 2억원에서 1억7000만원으로 내렸다. 신규 입주 재건축단지에서 쏟아져 나온 전세 물건이 워낙 많아 가격이 내려도 임대차 계약이 안 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이사 수요 감소가 역전세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중개 수수료 등 이사 비용을 아끼려는 생각에 전세로 살던 집에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들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아진 것도 역전세난의 요인이다. 잠실 일대에서만 7월 이후 1만8000여 가구가 쏟아졌다.

역전세난은 서울 강북 지역과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형 아파트 밀집 지역인 노원구 상계동 주공 46㎡는 1억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떨어졌다. 분당신도시 정자동 한솔청구 109㎡는 올 초보다 3000만원가량 내린 2억1000만원에도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이달부터 판교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 물건이 늘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과 집주인 간의 크고 작은 분쟁이 늘고 있다.

역전세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역전세난에 따른 전셋값 약세가 매매가를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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