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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환영받은 조선통신사처럼 민제 교류로 한·일 관계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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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001년 12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백제계 혈통’ 고백이 있었다. 당시 생일을 맞아 특별회견을 가진 일왕은 “개인적으로는 간무(桓武)천황(737~806)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462~523)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기록된 것과 관련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쓴 역사서에 기록된 사실을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그 배경과 관련해 당시 한·일 양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왔다.

일본 고대사의 권위자 우에다 마사아키(81) 교토대 명예교수가 최근 방한했다. 우에다 교수는 “지금의 일본은 전후 처리가 충분하지 않다. 조선통신사의 사례에서 일본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일본 왕실의 혈통과 일본 고대사에 미친 한반도의 영향에 대해선 이미 1965년 일본 고대사학자의 책에서도 지적됐다. 그 책을 쓴 교토대 교수는 일본 우익 단체로부터 “매국노는 교토대를 떠나라”며 계속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바로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81) 교토대 명예교수다.

우에다 교수가 최근 동북아역사재단 초청으로 방한해 ‘한·일 교류사의 재검토’란 주제로 강연했다. 10년만의 방한이다. 우에다 교수는 “일본 천황의 2001년 발언 이후 수십년 째 계속되던 우익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천황의 발언은 한·일 고대사에 대한 인식이 일본 사회에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그를 만나 한·일 교류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일 양국의 역사를 ‘빛과 그림자’로 표현했는데.

“16세기 말의 임진왜란, 1875년 운요호 사건 이후 일본 제국주의의 한국 침략 등은 용서할 수 없는 불행한 역사다. 양국 관계의 어두운 그림자다. 하지만 두 나라가 우호적으로 교류했던 ‘빛의 역사’도 있다. 6세기 후반부터 7세기 전반에 걸쳐 한반도에서 건너와 일본 아스카 문화를 이끈 기술자 집단의 역할은 컸다. 또 1607년에서 1811년까지 12차례 이뤄졌던 조선통신사는 양국간 선린우호의 교류사를 상징한다.”

-한·일 고대사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인식은 어떤가.

“1970년대 초 시바 료타로(1923~1996), 재일 작가 김달수(1919~1997)와 함께 ‘일본 속의 조선문화’라는 주제로 고대사와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당시 우리의 입장은 일본 학계에서도 매우 소수파에 속했다. 하지만 그 뒤로 많은 연구자들이 한·일 관계사를 연구했다. 특히 72년 나라현의 다카마쓰 고분 발굴로 인해 일본 고대사에 끼친 한반도의 영향이 실증됐다. 지난 30년 사이에 일본 국민의 상당수가 이를 상식으로 여기게 됐다.”

-일본에선 70년대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달리 요즘 오히려 더 우경화된 민족주의적 견해가 득세하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많이 생겼다. 양국 교류의 2000년 역사를 길게 봐야 한다. 독도 문제는 일본이 교과서에 기술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한국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결정이었다. 우익의 역사관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더 많다는 점을 알아 달라.”

-국가 간 공식 관계인 ‘국제(國際)’의 전제로서 ‘민제(民際)’를 제안했다.

“한·일 관계를 민간교류에서 푸는 지혜가 필요하다. ‘민제’라는 말은 내가 줄곧 주장해 온 용어다. ‘국제’는 국가 중심의 외교 관계다. 국익이 우선시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를 내실화하기 위해선 민간 사이의 문화 교류가 필요하다. 조선통신사의 외교에서 존재한 ‘민제’가 좋은 사례다. 12차례의 교류 중 7차 때부터 일본 민중이 활발하게 통신사와 접했다. 이 때 배운 조선춤이 ‘가라코 오도리’란 이름의 오카야마현 문화재로 아직까지 전한다. 당시 일본 막부나 각 번에선 민중들이 조선통신사와 교류하는 것을 금하는 포고문까지 냈으나 민중들은 환영의 물결에 동참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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