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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68만원짜리 양복 5만원에…의류업체들 ‘눈물의 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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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부도와 자금난으로 정리 세일에 나서는 브랜드가 많다. 23일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서 고별전을 연 엠볼리(左)와 망고(右) 매장. 겨울 신상품을 반값에 파는 곳도 여럿이다. [사진 제공=롯데백화점]


같은 날 신세계 영등포점에서 고별전을 연 여성 정장 브랜드 마리끌레르도 사연이 같다. 모기업인 패션네트의 부도로 지난해 38만원에 팔았던 순모 재킷을 6만원대에 팔고 있다. 여성 정장 한 벌은 10만원 안팎에 나왔다. 마리끌레르 판매직원은 “최고급 원단으로 만든 옷인데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렇게 헐값에 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에서는 남성 셔츠 브랜드 밀라숀을 1만5000원에, 남성 캐주얼 브랜드 벤셔먼은 스웨터와 청바지를 각각 4만원에 팔고 있다. 의류업체들이 잇따라 ‘눈물의 세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황이 내수 분야로 번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의류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의류업체들의 ‘땡처리 행사’가 쏟아지고 있다. 헐값에라도 팔아 당장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가 된 것이다. 불과 한 달 전에 나온 신상품들까지 50~70% 할인된 가격으로 팔고 있다.

“모든 제품이 반값입니다. 빨리 잡으세요.”

지난 주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4층에서는 판매원의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캐주얼 브랜드 엠볼리 매장 한가운데에는 다운점퍼, 니트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모두 올겨울 신상품이에요. 브랜드 정리하느라 반값에 팔아요.” 9만9000원이던 다운 점퍼는 4만9500원, 18만원대 모직 재킷은 9만원대였다.

그 아래층 망고 매장도 입구에 붉은 글씨로 ‘50% 세일’이라고 써붙여 놓았다. 가을에 나온 원피스는 2만3000원에 불과했다. “브랜드가 다른 회사에 넘어가게 돼 서둘러 싸게 팔고 있다”고 매장 직원은 설명했다.

14일부터 신상품을 50~70% 싸게 파는 행사를 하는 엠볼리는 섬유회사인 대광직물이 3년 전 선보인 캐주얼 브랜드다. 원단의 최고 품질을 앞세우며 주요 백화점 등에 50여 개의 매장을 냈지만 최근 브랜드를 접기로 했다. 한 백화점 의류 담당 바이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내수가 위축돼 적자가 커지자 모기업이 엠볼리 브랜드를 포기하고 섬유사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경기침체가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앞으로 이런 희생양들이 줄줄이 생겨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중견 캐주얼 브랜드 홍보 담당자는 “고별전이 아니라도 신상품을 보통 50%까지 깎아주며 현금 확보에 나선 브랜드가 많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될수록 업계의 할인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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