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사회’ 대한민국] ‘위험 네트워크’ 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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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가 경험하고 익숙했던 위험은 태풍·홍수 같은 자연재난이나 건물의 붕괴 같은 인위적 재난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가 만든 문명의 이기가 또 다른 위험의 원천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총아는 네트워킹 기술이다. 웬만한 사람이면 지구 어디서나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통해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뿐 아니라 지구를 뒤덮은 항공망, 그물처럼 얽힌 해상 원유 수송로, 그리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각 가정과 거리의 가로등을 이어주는 송전로, 지하를 채우고 있는 가스관과 하수도관처럼 우리 생활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기반시설들의 공통점은 모두 네트워크라는 점이다. 네트워크는 연결을 상징한다. 떨어져 있는 시골의 할머니와 도시의 손자녀를 연결시켜 주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망은 고맙기 그지없는 존재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 한쪽에서 발생한 위험이 엄청난 피해를 낳기도 한다. ‘네트워크 도미노’라는 재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003년 나이애가라 폭포에 떨어진 벼락은 북미 동부지역의 전력망을 일거에 마비시켜 수천만 명을 전기 없는 문명 이전의 시기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정보기술은 유비쿼터스 사회의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그러나 어느 날 나의 ▶의료기록 ▶신용정보 ▶교통카드 승하차기록 ▶휴대전화 통화내역 ▶신용카드 구매사항들이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단숨에 꿰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자연 분해되지 않고 펄펄 살아서 돌아다니던 디지털 정보 쓰레기들이 어느 날 한 데이터마이닝(자료발굴)의 천재에 의해 순식간에 연결되는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글로벌하게 연결된 파생상품의 연쇄고리가 한꺼번에 연쇄부도를 가져온 자본주의 심장부의 혼란이나, 철새를 따라 움직이는 조류 인플루엔자(AI)의 놀라운 이동성, 억척스럽지만 사랑받던 한 연예인을 자살로 몰아간 인터넷의 주홍글씨…. 이런 사례는 네트워크가 편리함과 효용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돌발적 위험의 원천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안전기술을 확보하고 사회 규범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네트워크의 위험 관리는 창의성이 꽃필 수 있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대비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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