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것도 괴로운데 이놈의 식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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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대식가에겐 갈등의 계절이다. 비만과 식욕,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식욕을 줄이면서도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을까.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식욕이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아 높은 하늘만큼이나 치솟는다. 현재 우리나라 비만 인구는 성인 세 명 중 한 명꼴. 여기에 비만인 대열을 향해 가는 과체중인 사람을 합하면 두 명 중 한 명은 매끼 식욕과의 전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식욕을 줄이는 것은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실천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정설이다. 아름다움과 건강을 해치는 과식의 정체와 극복법을 찾아본다.

◆식욕과 행복감은 신경전달물질이 조절=식욕은 대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노아에피네프린·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조절된다. 이런 물질의 농도가 뇌에서 증가하면 식욕이 억제되는 반면 줄어들면 식욕이 증가한다. 현재 비만치료제로 유일하게 공인받은 식욕억제제인 시부트라민의 작용은 물론 개발 중인 다른 약물 역시 뇌 속에서 세로토닌·도파민 등의 물질 농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문제는 포만의 기쁨은 만족과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점. 식욕을 억제하다 보면 기분이 울적해지는 이유다. 실제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우울증이 초래되기도 한다.

◆두 달만 과식해도 줄이기 힘든 식욕=식욕의 또다른 문제는 증가하긴 쉬워도 줄이긴 힘들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 생리학 둥성 카이 교수 팀은 달고 기름진 음식을 두 달만 포식해도 늘어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 회로가 교란된다는 논문을 의학전문지인 ‘셀(CELL)’에 발표했다. 과식한 음식 양을 적절한 양으로 생각하도록 뇌에 각인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기름진 음식을 포식할 때까지 계속 먹도록 뇌가 불만 신호를 보내 결국 ‘정량(?)’을 채우게 만든다.

이렇게 대뇌의 조절을 받는 상태에선 비만-과식-비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의지만으로 끊긴 힘들다.

카이 교수는 논문에서 “ 이런 이유로 비만한 사람일수록 식욕과 음식 양을 못 줄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선 어느 순간 달고 기름진 음식을 포식한다 싶을 땐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과식 습관이 1주일을 넘지 않도록 강력한 절제와 경고를 해줘야 한다.

◆식욕은 4종류의 패키지 관리로 조절해야=식욕은 신경전달물질 이외에도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에 의해 조절된다. 따라서 일단 식욕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했다면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만족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 즉 약물·음식·행동·운동 등 네 종류를 동시에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첫 단계는 전문의 처방하에 식욕억제제를 복용해 정량을 줄여야 한다.

식사 조절도 필요하다. 혈당을 천천히 올렸다 내리는 식이섬유(채소·잡곡 등)나 닭 가슴살·계란 흰자 등 단백질 식품이 좋다. 참고로 빵·과자·사탕 등은 혈당을 급속히 올린 뒤 일정시간 뒤 급속히 내려 식욕을 촉진시킨다.

식사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너무 배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할 것. 배고픔은 1~2시간 정도 참고 먹어도 식욕 조절이 가능하지만 3시간 이상을 참은 뒤에 먹게 되면 폭식하기 마련이다. 한동안 굶었다가 먹는 게 식욕 조절에는 가장 나쁜 방법이다.

음식 맛을 내는 향신료,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 역시 식욕 촉진제이므로 멀리하고, 식탁과 냉장고엔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군것질 거리를 없애야 한다.

또 과식이 나의 건강과 이미지를 얼마나 손상시키는지를 매일 생각하고, 자기 전에 이를 기록하는 일도 권장된다.

운동은 적절한 강도로 30분~1시간 매일 하면 세로토닌·노아에피네프린 등이 분비되면서 만족감을 줘 식욕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식욕 줄이기의 결실은 이런 노력을 적어도 3개월은 꾸준히 실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이문규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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