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콸콸 아부다비, 석유 필요 없는 신도시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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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아부다비는 세계 5위의 산유국인데도 ‘석유·석탄 없이 가동되는’마스다르 신도시를 착공했다. 2014년 완공되면 사막에 인구 4만 명이 사는 이산화탄소 제로 도시가 생겨난다. 사진은 신도시 조감도.

지난달 21일 현장 사무소에서 만난 칼리드 아와드는 “마스다르는 아랍어로 원천(source)이라는 뜻”이라며 “신도시를 에너지와 지식·혁신·아이디어의 원천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도시 건설을 총괄하는 아부다비 미래에너지(ADFEC)의 기술담당 임원이다. 그에 따르면 아부다비는 석유 매장량 세계 5위지만 신도시의 주요 에너지원은 태양열이다. 필요한 전기의 80%를 태양열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풍력과 지열·폐기물을 사용한다. 그는 “장차 석유가 고갈되더라도 고품격 생활을 누리겠다는 국가 발전 장기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곳은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다. ‘이산화탄소 제로’ ‘쓰레기 제로’의 신도시다. 이 때문에 아직 신도시 골격조차 갖추지 못했음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하러 몰려든다. 이곳에서처럼 석유 고갈의 시대를 기술로 넘으려는 시도는 세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말 UAE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신도시를 방문했을 때 현장사무소는 마침 태양광발전소 건설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각사의 제품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에 한국 제품은 없었다.


◆에너지 덜 쓰는 도시=지금 세계 각국에선 ‘에너지 아껴 쓰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 전력회사인 EnBW는 앞으론 소비자들에게 전기를 아껴 쓰라고 하지 않을 생각이다. 건물이나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다 감당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량은 줄이는 노하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를 에니시티(미래의 에너지 시티)라고 부른다. 건물이나 도시의 기능에 맞춰 전력 공급 방식을 태양광·풍력·화력 발전을 섞어 가장 효율적으로 구사한 기술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남쪽의 소도시 칼루스 본사에서 만났던 이 회사의 슈테판 윙켈뮐러(연구개발부) 박사는 “앞으로 각 나라의 에너지 전략은 자원 확보보다 기술 확보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3대 전력회사 중 하나인 이 회사가 에니시티에 눈을 돌린 건 2003년. 성장과 환경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소비자의 절약과 같은 효율성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혁신 기술을 중심으로 에너지 인프라를 재구성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윙켈뮐러 박사는 “에너지를 최적화하면 현재의 전력 사용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량은 30%, 탄소 배출량은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에니시티 개념을 사용해 인근 슈투트가르트에 복합사무실 빌딩을 건설 중이다. 2000명이 상주하는 16층짜리로 내년 초 완공 예정인데, 냉난방과 환기 방식을 바꾸고 단열재와 차광장치를 사용했다.

◆신개념 환경도시=중국은 대도시 환경 오염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런 인식을 일거에 뒤엎을 계획을 중국 상하이가 추진하고 있다. 인근의 충밍(崇明)섬 둥탄 지역을 2001년부터 친환경 에너지 신도시로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2040년 완공되면 우리나라 분당신도시의 네 배가량인 땅(86㎦)에 50여만 명이 살 수 있는 생태도시로, 같은 크기의 다른 도시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 40만t씩 적도록 설계됐다. 또 에너지소비량은 60%, 폐기물량은 83%, 하수 배출량은 88% 줄어든다. 이 도시의 설계 과정엔 EnBW가 참여했다. EnBW 관계자는 “이 신도시 건설 참여를 계기로 자신들의 노하우를 처음 수출하게 됐다”며 “세계시장 진출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KOTRA 상하이 비즈니스센터 김윤희 과장은 “이 신도시가 완공되면 전기나 수소 동력 차량만 시내 운행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차량 운전자는 시 외곽에 주차한 뒤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시내로 들어와야 한다.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연료, 폐기물 재활용 연료를 통해 공급된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 실험장에서 한국은 찾기 힘들었다. 마스다르 신도시 건설 현장엔 널찍한 태양광 집전판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이 있다. 이곳에선 전 세계 41개 사에서 만든 집전판이 실험되고 있다. 신도시에는 여기에서 실험된 집전판 중 가장 효율이 좋은 제품이 달릴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국 제품은 없었다. 이곳 관계자들에게 “왜 한국 제품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들은 “한국도 이런 제품을 만드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우리나라 태양광 기술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대답이었다. EnBW의 윙켈뮐러 박사는 “중국은 어떻게 알았는지 에너지 최적화 기술을 문의해 오고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는데 한국에선 우리 기술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영욱·이봉석·양선희· 이철재 기자, 김동호 도쿄 특파원, 사진=조문규 기자, 한국외국어대=권원순·온대원·공유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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