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서 석유 뽑는 남아공 기술이 에너지 강국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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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북동쪽으로 120㎞를 달려 도착한 소도시 세쿤다. 도시 초입부터 어마어마한 규모의 굴뚝과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강관 파이프로 지은 공장이 시선을 압도했다. 이곳은 하루 15만 배럴의 석유를 뽑아내는 석유회사 사솔의 공장이다. 남아공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기술(CTL)을 일찌감치 개발해 자국 내 석유자급률이 28%에 이른다. 요한 반 리드 홍보담당자는 “1950년대 초 남아공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세계 각국의 경제 제재로 석유 확보가 어려워지자 개발한 기술”이라며 “CTL 기술을 기반으로 이젠 가스에서 석유를 만드는 가스액화석유(GTL)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젠 중국과 인근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술을 전수해 달라며 찾아오지만 해당 국가에 합작투자 방식만 고집한다고 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도 기술만 있으면 된다.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남아공 공장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세쿤다=조문규 기자]


‘기술이 뽑아내는 에너지’. 세계의 차세대 에너지 전략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이렇게 세계는 자원을 수입해서 쓰는 ‘제1의 길’과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는 ‘제2의 길’을 넘어 이젠 에너지 기술이라는 ‘제3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기술뿐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재구성하는 최적화 기술 등 종류와 범위가 다양하다. 고유가와 화석연료 고갈, 기후변화협약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에너지 기술을 차세대 먹거리인 신수종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은 일찌감치 국가 차원의 에너지 기술 개발 전략을 발표하고 기술 확보에 나섰다. 미국은 2006년 초 대통령 국정연설에서 2025년까지 중동산 석유수입량의 75%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2006년 ‘신에너지 국가 전략과 에너지 기술 비전 및 로드맵’을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신·재생 에너지 업체인 유럽의 베스타스사는 95년부터 풍력·수소 연료전지 업체들을 인수해 규모를 키워 세계 시장점유율 28%(2006년 기준)를 차지했다. 일본 도요타·혼다·닛산은 자동차용 연료전지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동종 업체들끼리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에너지 전략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이제 막 ‘제2의 길’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30년까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자력 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자원 외교를 통해 에너지원을 확보하겠다는 데 그치고 있다. 권원순 한국외대 교수는 “벌써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에너지 생산·운용의 원천 기술과 부품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가 에너지 원천 기술 확보에서도 뒤지면 기름뿐 아니라 에너지 기술 로열티에도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쿤다(남아공)=이철재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바로잡습니다▒

‘수도 요하네스버그’는 잘못된 표기입니다. 남아공은 행정수도·입법수도·사법수도로 나뉘는데, 각각 프리토리아(지금은 츠와네로 개명)·케이프타운·블룸폰테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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