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도롱뇽 소송’처럼 될라 … 호남고속철 ‘표범장지뱀’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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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범장지뱀(사진)이 꼬리치레도롱뇽처럼 되는 일은 없도록 하자’.

내년 9월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앞두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사의 가장 큰 숙제다. 표범장지뱀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의 파충류이고, 꼬리치레도롱뇽은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 건설 논란의 상징이다.

표범장지뱀이 문제가 되는 것은 호남고속철 예정 구간인 금강의 모래톱에서 이 뱀이 번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환경단체가 보호대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6일 국정감사장에 나온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오송~광주 2015년, 광주~목포 2017년으로 돼 있는 완공목표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부고속철 사례에서 보듯이 환경 갈등을 예방하지 않고서는 조기 개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생태 모니터링 반영=호남고속철 공사구간에서 눈에 띄는 환경문제는 철도 노선이 계룡산국립공원 가까이 통과한다는 점이다. 국립공원 경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910m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계룡산 인접 26㎞ 구간에서 철도시설공단은 환경단체·종교단체와 환경생태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삵·수달·황조롱이·노랑부리저어새·참매·표범장지뱀이 관찰됐다. 모두 법적 보호종이다.

특히 표범장지뱀은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 부근 산지에서 서식하는 게 확인됐다. 이 뱀은 모래에 알을 낳고 번식하기 때문에 금강변 모래톱에 알을 낳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교량의 간격을 넓히고 생태통로를 설치해 모래톱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최대한 강구할 것을 철도시설공단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 고속철도설계팀의 최원일 차장은 “교량 간격을 최대한 넓히는 등 환경단체가 요구한 사항을 현재 작성 중인 환경영향평가서에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모래톱에 실제로 알을 낳는지도 관찰할 계획이다. 올 들어서는 ‘환경·생태 모니터링 위원회’가 구성돼 세 차례 회의가 열렸다. 모니터링 위원이기도 한 김 사무처장은 “공동조사 결과가 환경영향평가 때 누락되는 게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환경 훼손을 줄이기 위해 공단 측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표범장지뱀 서식지 보존 대책을 포함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건설 지침=계룡산 구간뿐 아니라 전체 철도 건설에도 환경훼손을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환경부와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환경친화적 철도 건설 지침’도 만들었다. ▶철도 노선 선정 때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환경 분야 전문가 참여 ▶희귀 동식물 서식 지역 보전 여부 신중 검토 같은 내용도 들어 있다.

공단 기술환경팀 윤정일 차장은 “이 지침은 공사를 앞둔 호남고속철은 물론 이미 공사가 절반 이상 진행된 경부고속철 2단계 현장에도 거의 대부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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