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유명무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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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제도’라는 게 있다. 4급 이상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은 퇴직 전 3년 이내의 소속 부서 직무와 연관된 사기업이나 관련 협회에 취업할 수 없다. 취업을 원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직자와 업체의 부정한 유착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란 게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국회 행정안전위 정갑윤(한나라당) 의원이 8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퇴직공직자 재취업 심사 현황’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 8월까지 모두 412명에 대한 재취업 심사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취업 불승인이 된 경우가 2명, 취업제한 조치가 내려진 경우가 11명이다. 기각률 3%다. 심사서류만 내면 사실상 ‘무사 통과’되는 셈이다.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 7월까지 금융감독원에서 퇴직한 100명 중 92명이 금융업계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9월 20일자 2면>

지식경제부 출신으로 2006년 이후 재취업 심사를 통과한 17명 가운데 8명은 한국남부발전·자동차공업협회 등 유관기관으로 진출했다. 반면 같은 기간 취업 제한 제도를 어겨 검찰에 고발당한 이는 금감원 출신 4명뿐이었다.

정 의원은 “공직에 몸담았다가 업무 연관성이 있는 사기업으로 진출하는 ‘공직자 전관 예우’가 극심하다”며 “지원자가 낸 서류로만 달랑 심사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업 제한 제도의 취약성을 입증하는 사례는 이뿐 아니다. 국회 정무위 이사철(한나라당) 의원은 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국감에 앞서 사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취업 제한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05년 6월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에 “지게차 가격을 담합했다”며 과징금 158억원을 부과했다. 2006년 1월 과징금은 142억원으로 조정됐지만 두산은 이에 불복, 법무법인 세종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 세종은 3개월 후 두산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관여한 사람 중 한 명인 공정위 A상임위원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해 10월 열린 고법 선고에서 두산은 패소했다. 두산은 패소 직후, 공정위 약관제도팀장을 지낸 B씨를 상무로 영입했다. 지난해 대법 선고에서 두산은 ‘일부 승소’를 이끌어 냈다.

이 의원은 “경제검찰이라는 공정위가 사실상 업체의 로비스트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종은 “당시 공정거래 분야가 취약하단 평가가 있어 실무에 밝은 A씨를 영입했다”며 “A씨는 고문 취임 후 두산 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두산도 “이미 B씨는 공정위에서 퇴직한 상태로 투명경영 실천을 위해 영입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 의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 8월까지 18명의 공정위 임원이 퇴직 후 김&장·세종·율촌·광장 등 9개 로펌으로 이직했다. 이들 로펌은 공정위와 업체 간의 행정소송 총수임건수 192건 가운데 134건(69.7%)을 차지하고 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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