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가뭄·더위 탓에 … 송이 대흉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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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온과 가뭄으로 송이 작황이 좋지 않아 송이 채취 체험 불가능합니다…’.

지난달 27∼30일 ‘봉화 송이축제’를 앞두고 경북 봉화군청의 축제 담당 직원들이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수신자는 송이축제의 송이(사진) 캐기 참가 신청자 1300여 명이었다. 권재원(48) 봉화군 산지개발담당은 “송이가 거의 없어 행사를 도저히 열 수 없었다”며 “12년째 축제를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매년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송이의 계절’에 송이 찾기가 쉽지 않다. 생산량이 크게 줄어서다. 경북도에 따르면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송이 주산지인 봉화·영덕·울진군에서 이달 2일까지 생산된 송이는 29t(산림조합 수매 가격 기준 34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3t(294억원)의 11.9%에 그쳤다.

가격은 치솟고 있다. 최근 봉화산림조합의 수매에서 1등품 1㎏ 가격이 50만1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날 18만5200원보다 2.7배 비싼 값이다. 박덕수(48) 봉화산림조합 기술지도과장은 “물량이 조금 더 나올 수 있겠지만 얼마나 되겠느냐. 올해 송이 거래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송이가 줄어든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난달 계속된 봉화·영덕·울진 지역의 가뭄과 고온을 이유로 들고 있다. 송이가 한창 자라야 할 시기에 습도와 기온이 맞지 않아 포자가 발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봉화군에는 지난 한 달 중 8일간 66.8㎜의 비가 왔다. 지난해 같은 달엔 15일간 190.5㎜의 비가 내렸다. 특히 송이의 생장기인 지난달 3일부터 19일 사이에는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송이는 90%가 수분이어서 비가 적게 오면 말라 죽는다.

기온도 영향을 미쳤다. 송이가 잘 자라는 토양 온도(지온)는 15∼19도. 하지만 지난달엔 봉화군의 토양온도가 20∼21도인 날이 많았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박현(43) 박사는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가뭄과 고온이 지속되면서 송이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송이=소나무의 잔뿌리에서 자라는 버섯. 송이는 소나무에 물과 무기 양분을 주고, 소나무를 통해 탄수화물을 공급받으며 공생한다. 소나무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무기질과 철분·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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