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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세계 경제, 다음 위기는 디플레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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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 경제를 괴롭힐 다음 위기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될지 모른다.”

미국 금융위기의 불길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암울한 경제 전망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 각종 상품·자산 가격이 한꺼번에 곤두박질하는 디플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우선 미국 주택담보부증권 등에 물려 5880억 달러를 상각한 세계 금융사들이 대출을 줄인다. 빌려줄 돈이 없기도 하지만 설령 있는 금융사도 떼일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돈이 안 풀리면 신용경색이 심해지고 성장률이 낮아진다. 당연히 집값도 더 떨어진다. 집을 담보로 돈을 내준 은행은 추가 손실이 생기고 대출은 더 어려워진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물건이 안 팔리는 기업은 상품 가격을 올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수요가 줄어드니 원자재값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경제는 점점 싸늘하게 식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곳곳에서 이런 조짐이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영국 집값은 지난 1년 새 평균 10% 넘게 떨어졌다. 19개 주요 원자재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는 지난주 10.4% 떨어졌다. 주요 원자재는 1956년 이후 5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철광석·곡물을 운송하는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건화물지수(BDI)는 5월 고점에서 75%나 추락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조에르그 크래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달 내에 디플레란 이름의 유령이 옷장에서 기어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많은 나라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걱정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정신없이 치솟았던 국제유가와 식품 가격이 꺾이기 시작한 게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분명 달라졌다. 유럽중앙은행(ECB)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2일 기준금리를 4.25%로 동결한다고 발표한 뒤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도 검토했다”고 말했다. ECB는 7월만 해도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일부에선 디플레 우려가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대공황 전문가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게 근거다. 버냉키 의장은 2002년 한 연설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은 디플레 위기 때 즉각 금융시스템에 돈을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김선하 기자

◆디플레이션=경기가 나빠지면서 물가가 상당 기간 계속 떨어지는 현상. 인플레이션의 반대말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주로 생긴다. 주식·채권·부동산 같은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자산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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