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수발하는 김정일의 여인 김옥 … 고영희가 아들 돌볼 인물로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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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당국이 뇌수술을 받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병수발을 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김옥(44·사진)씨에 대해 집중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현재 국방위원회 과장 직함을 갖고 있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12일 “병상에 누운 김정일 위원장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여인을 주시하고 있다”며 향후 평양 권력층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로 김씨를 지목했다. 김씨는 김 위원장 사저에 살며 실질적인 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상적 상황에 처한 김 위원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면서 의중을 헤아릴 핵심 인물로 떠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김 위원장의 장남 정남(37)씨 등 가족과 함께 최고지도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사람이다. 특히 병세가 호전돼 제한적이나마 집무를 시작할 경우 김 위원장의 업무범위 결정이나 핵심 인사 면담 등을 결정짓는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곁에 머물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의료진의 진단 결과나 병세에 대한 정보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것도 김옥”이라고 귀띔했다.

김씨는 평양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김정일 서기실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분야별 업무를 담당하는 서기들 밑에서 보조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북한 정보에 밝은 한 인사는 “김옥을 김정일 위원장의 곁에 있는 여인으로 발탁한 사람이 전 부인 고영희(2004년 5월 프랑스에서 병 치료 중 사망)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김옥과 고영희의 갈등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암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한다고 판단한 고씨는 자신이 낳은 두 아들 정철(27)과 정운(25)씨를 보살필 인물로 김씨를 지목했다. 고씨는 김씨를 불러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고 막판에는 집에서 함께 살았다는 것이다. 최근 김씨가 고씨의 아들을 후계자로 밀고 있다는 설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설명이다. 김씨가 우리 정보당국에 포착된 것은 2000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다. 당시 김 위원장의 특사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만난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을 수행한 인사 중에 김씨가 홍일점으로 포함됐다. 당시 그는 ‘김선옥’이란 가명으로 활동했다.

정보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이 그녀를 주목했으나 특이한 징후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가 큰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다 바퀴가 걸렸는데도 북한 측 대표단이 도와주지 않아 혼자 쩔쩔매는 걸 보고 특별한 인물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이런 정황 때문에 김씨가 김 위원장의 여자로 부상한 것은 2001년 이후일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남북관계실장은 “정상적 승계과정이라면 김씨의 역할이 미미하겠지만 김 위원장의 유고 상황이라면 그의 몫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최근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될 경우 그의 최측근인 김씨가 김 위원장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고 자신이 김 위원장 대리인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발병 후 결재 김옥 담당”=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2일 김 위원장의 발병 후 결재를 김옥씨가 맡고 있다고 일본 외무성 관리를 인용,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간부는 김 위원장이 쓰러진 뒤로는 김씨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영종 기자,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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