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공안당국 ‘단둥발 소문 막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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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의주와 코를 맞대고 있는 중국 도시 단둥(丹東)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에 관해 대북 선전 기지가 돼 버렸다. 물자 교역을 위해 단둥을 찾는 북한인들이 한국인이나 중국 동포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단둥발 소문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 단속, 눈 단속, 귀 단속’ 등 이른바 ‘3 단속’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년째 북한과 교역을 하고 있다는 이모 사장은 “11일 북한 측 파트너와 만나 사업 얘기를 하던 중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 소식을 물었더니 벌컥 화를 내더라”고 전했다. 이 파트너는 처음엔 화를 내다가 나중엔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은 침묵하더라는 것. “너무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그 얘기(김정일 유고설)는 다시 거론하지 않았다”고 이 사장은 소개했다.

단둥시 물류창고에서 만난 북한 트럭 운전수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 운전기사에게 접근해 “장군님(김 위원장을 지칭하는 북한 측 용어)이 편찮으시다고 하는데…”라고 운을 떼자 “뭐 그딴 소리가 다 있네”라면서 몸을 돌려 가 버렸다. 기세는 단호했지만 당황한 표정만은 감추지 못했다.

중국 동포 직원을 신의주로 들여보내 그곳에서 의류 및 자재 공장을 원격 경영하고 있는 박모 사장은 “우리 직원의 전언에 따르면 이미 신의주에는 김 위원장 유고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단둥발 소식이 결국 신의주로 침투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북한 공안당국이 부산해졌다. 소문이 내지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 사장은 “신의주 보안 당국이 단둥을 오가거나 단둥과 교역하는 업자들을 대상으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세 가지 단속을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단둥에서 흘러 들어온 소식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경우 엄벌에 처하겠다는 통보도 있었다고 한다.

단둥에서 만난 동포 무역업자 장모 사장은 “전염병은 막을 수 있다지만 입소문을 어떻게 막나”라고 반문하면서 “신의주에 소문이 퍼졌다면 이 소식이 평양까지 닿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단언했다. 신의주와 평양 간 왕래가 워낙 빈번하기 때문에 소문을 완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장 사장의 진단이다.

장 사장은 “이제 북한도 외부 소식으로부터 고립된 지역이 아니다”며 “김 위원장이 사망하는 등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소식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이 단둥과의 통로를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단둥=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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