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직책보다 ‘문고리 권력’ … 김정일 집권 이후엔 군부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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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모든 권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집중돼 있다. 김 위원장은 사실상 북한 최고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를 비롯해 노동당 총비서, 당 중앙군사위원장, 최고사령관, 공화국 원수 등 당·정·군의 최고위 직책을 모두 맡고 있다.

물론 대외적으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가수반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재가와 당의 결정에 절대적으로 따른다는 점에서 여느 관리들과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직책에 관계없이 누가 김 위원장과 지근거리에 있느냐가 권력의 잣대다. 일종의 ‘문고리 권력’인 셈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뇌수술 결과가 관심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군부세력 약진=북한은 김정일 시대를 선군(先軍)시대로 규정한다. 그런 만큼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8인의 국방위원회 위원들과 인민무력부 등 군 인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국회)는 1998년 헌법을 개정해 국방위원회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며 “이로 인해 국방위원회 관계자들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북한 신헌법은 국방위원회를 “군사 주권의 최고 군사지도기관이며 전반적 국방 관리기관”으로 규정했다.

국방위원인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용무 차수, 전병호 당비서(군수담당)는 최근 열린 주요 행사의 주석단 서열 10위 이내에 모두 포진하고 있다. 조명록 제1부위원장은 2000년 김 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할 만큼 영향력이 확대됐지만 지난해 4월 군 창건 75주년 행사 이후 활동을 중단하다 9일 1년4개월 만에 모습을 보였다.

조명록 1부위원장과 함께 김격식 인민군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오진우·최광 전 인민무력부장 등 혁명 1세대들의 사망 공백을 메우며 원로그룹으로 부상했다. 현철해·박재경·이명수 대장과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김정일 시대에 새롭게 떠오른 별이다. 김 위원장은 2003년 9월 주승남 제12군단장 등 각 군단 사령관을 상장(대장과 중장 사이)급의 40∼50대로 교체하는 군부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외에 오금철 공군사령관, 김윤심 해군사령관, 1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된 전진수 평양위수사령관, 심상대 상장 등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세대교체=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지속적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해 왔다. 혁명 1, 2세대의 사망으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2000년대 들어선 ‘노·장·청 조화’를 내세우며 40대의 젊은 테크노크라트를 중용했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원로들의 경험과 패기를 결합하자는 명분이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군부와 함께 당의 핵심 간부들은 여전히 김 위원장이 의지하는 언덕이다. 그의 권력 승계와 정착에 역할했던 계응태·김용순 비서가 사망했지만 전병호, 김국태(간부), 김기남(선전), 김중린(근로단체) 비서는 각종 행사는 물론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동행하고 있다. 이들은 정권 수립 60주년 중앙보고대회(8일)와 노농적위대 열병식(9일)에도 참석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주석단 자리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매제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이용철·이제강·이제일 등 당 제1부부장은 명실상부한 실세로 통한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70년대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왔다”며 “그를 보좌하는 인물들은 충신 중의 충신들로 구성돼 비상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한동안 김일성·김정일 중심의 체제는 급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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