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9·9절 불참, 북한군 행사장서 철수 … 소속부대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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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9절 군사 퍼레이드에 불참한 배경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각종 채널과 수단을 동원했다. 항간에 나도는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맞물려 상황 파악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경우에 따라선 김 위원장의 불참이 북한의 권력 구조와 체제 유지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음을 시사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뭔가 이상하다’는 첩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첩보 내용은 9일 밤 늦게 TV의 ‘대통령과의 대화’ 행사를 마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첩보들은 모두 미확인 정보 수준”이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군과 정부에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느냐’는 질문엔 “정부가 미확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연습 중이던 군사 퍼레이드를 지난 몇 달간 관찰해왔다.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무기체계와 퍼레이드의 형태는 북한군의 군사력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정권 수립 60주년에 맞춰 강도 높은 연습을 해온 북한군이 이날 김 국방위원장이 끝내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자 행사장에서 철수, 모두 소속 부대로 귀대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 신변에 이상징후가 있다’는 첩보가 들어오고 있지만 현재로선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 정보당국은 각종 탐지수단을 동원, 동향 파악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고도 유인 정찰기인 U-2기가 동원됐다. 오산에서 이륙해 휴전선 남쪽을 비행하는 U-2기는 평양 시내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또 하루에 수차례 북한 상공을 지나가는 KH-11 등 정찰위성은 평양과 미림비행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열병식이 열린 9일 평양 상공에는 구름이 많이 끼어 미군 정찰기와 정찰위성이 구름 아래의 평양 모습을 촬영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았다고 한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군사 퍼레이드를 축소·변형된 형태로 실시했다는 사실을 오후 늦게 파악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한 분석을 내놓지 못했다. 정보당국은 앞으로 2∼3일간 김 위원장의 상태를 추적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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