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사 비밀 방북에 “이미 사망했다” 소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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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에서 마치 (내가) 당뇨병에 심장병까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건강 이상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0월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린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오찬 자리에서다. 김 위원장은 2000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는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고 술도 와인 몇 잔만 마신다”고 말했다.

이렇게 건강문제를 챙기던 김 위원장이 실제로 반신불수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9일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했다. 최고사령관의 참석을 전제로 북한이 몇 달간 준비한 행사에 김 위원장이 불참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달 14일 한 군부대를 방문했다는 동정을 내보낸 이후 행적이 묘연하다. 6월에 11회, 7월에는 16회, 그리고 지난달(14일 이전)엔 13차례 군부대를 방문했다는 공개 일정을 보인 것과는 대조된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도 1년에 한두 차례 정도 잠행을 되풀이해왔다.두 달 넘게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다. 주로 여름철 함경북도나 강원도 지역의 특각(별장)에 휴가를 가는 등의 이유라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상당 기간 공개활동을 접어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사망설 등이 극도에 달하면 슬쩍 공개활동을 재개해 건재를 과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보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한국과 서방 정보기관의 첩보 능력을 파악하는데 신변 이상설을 이용해온 것으로 파악해 왔다. 1986년 11월 김일성 사망설이 퍼졌을 때 북한군이 전방 확성기를 통해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다”고 방송한 일도 있었다.


이번의 경우에도 김 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싸고 극비리에 중국 의료진이 평양에 들어갔다거나 집무 중 갑자기 쓰러졌다는 설 등이 난무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이 이미 몇 개월 전 사망했으며 그와 똑같이 생긴 대역이 한동안 공개활동을 한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우리 정보당국도 이 같은 첩보를 입수, 면밀히 동향을 관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관계자는 “하루 이틀 정도 더 추적해보면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의 정도와 현재 상태에 대한 보다 정확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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