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불참 김정일 반신불수 … 의식은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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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얼굴)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인한 반신불수 상태에 빠져 있다고 북한 문제에 정통한 미국의 외교소식통이 9일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수주 전 뇌졸중이 발병해 현재 반신불수상태지만 의식은 어느 정도 있는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의 정확한 의식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현재 어느 곳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선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9일 정권 수립 6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준비한 기념 행사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불참했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보도한 정권수립 기념 ‘노농적위대 열병식’ 녹화 중계에선 김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현재까지는 김 국방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분명히 이상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국방위원장이 예정됐던 열병식에 불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정부 당국은 모든 정보 채널을 가동해 긴급히 상황 파악에 나섰다. 또 이번 기념행사 규모도 예정과 달리 대폭 축소해서 진행됐다.

한편 AP통신은 미국 정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국방위원장의 불참이 뇌졸중(stroke)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김 국방위원장이 수주 전 (뇌졸증) 발작을 일으켰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서방 정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권 교체 등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AFP도 “김 위원장은 명백히 건강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뇌졸중인 것 같다”고 전했다.

9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농적위대’ 열병식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외한 당·정·군의 주요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 조명록 총정치국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일 내각 총리, 전병호 노동당 비서(왼쪽부터)가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촬영=연합뉴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선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이 열병 보고를 했으며 김 국방위원장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열병식을 관례대로 오전에 진행하지 않고 오후 6시쯤 시작했다. 특히 기존 열병식과는 달리 이날 행사에는 북한 정규군 대신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민간 조직이 등장했다. 소규모 화포 외엔 무기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노농적위대 열병식은 2002년 4월 25일 군 창건일 기념행사 이후 열린 적이 없다. 당시 김 국방위원장은 열병식 행사에 참석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은 국가 기념행사를 할 때 오전 중 열병식과 퍼레이드, 오후에 무도회나 횃불 행진 등을 열어 왔다”며 “김 국방위원장이 열병식에 불참한 것은 최근 들어 가장 특이한 상황인 데다 정권수립일 행사를 오후에 진행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이날 오후 9시에야 열병식을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김 국방위원장이 군부대를 방문했다는 보도 이후 3주 넘게 그의 행보를 공개하지 않아 왔다. 한편 미 백악관의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한 질문을 받자 “보도를 봤지만 그것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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