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북한이 9일 정권 수립 6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준비한 기념 행사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불참했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보도한 정권수립 기념 ‘노농적위대 열병식’ 녹화 중계에선 김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현재까지는 김 국방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분명히 이상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국방위원장이 예정됐던 열병식에 불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정부 당국은 모든 정보 채널을 가동해 긴급히 상황 파악에 나섰다. 또 이번 기념행사 규모도 예정과 달리 대폭 축소해서 진행됐다.
한편 AP통신은 미국 정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국방위원장의 불참이 뇌졸중(stroke)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김 국방위원장이 수주 전 (뇌졸증) 발작을 일으켰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서방 정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권 교체 등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AFP도 “김 위원장은 명백히 건강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뇌졸중인 것 같다”고 전했다.
9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농적위대’ 열병식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외한 당·정·군의 주요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 조명록 총정치국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일 내각 총리, 전병호 노동당 비서(왼쪽부터)가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촬영=연합뉴스]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열병식을 관례대로 오전에 진행하지 않고 오후 6시쯤 시작했다. 특히 기존 열병식과는 달리 이날 행사에는 북한 정규군 대신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민간 조직이 등장했다. 소규모 화포 외엔 무기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노농적위대 열병식은 2002년 4월 25일 군 창건일 기념행사 이후 열린 적이 없다. 당시 김 국방위원장은 열병식 행사에 참석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은 국가 기념행사를 할 때 오전 중 열병식과 퍼레이드, 오후에 무도회나 횃불 행진 등을 열어 왔다”며 “김 국방위원장이 열병식에 불참한 것은 최근 들어 가장 특이한 상황인 데다 정권수립일 행사를 오후에 진행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이날 오후 9시에야 열병식을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김 국방위원장이 군부대를 방문했다는 보도 이후 3주 넘게 그의 행보를 공개하지 않아 왔다. 한편 미 백악관의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한 질문을 받자 “보도를 봤지만 그것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워싱턴=김정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