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느 英才의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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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과학기술원의 젊은 과학도가 자살했다.초등학교를 마치고 과학고에 진학했고,15세 어린나이에 대학에 진학했으니 그의 재질이 범상치 않았음은 확실하다.이런 「비상한 아이」가 대학진학후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호소했고,끝내 자살까 지 택했다.개인과 가정의 비극이고,국가적 손실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조기교육을 실시하고 영재교육의 필요성이강조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그의 자살은 영재교육이란 과연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를 새삼 묻는 계기가 된다.먼저 분별없는 조기(早期)입학 풍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5세 입학허용이 발표되자마자 학부모들이 다투어 자녀를 조기입학시키고자 하니 결국 생년월일순으로 끊는 행정적 요식절차가돼버렸다.남보다 조금 나은 암기력이 있다 해서 영재로 착각하는학부모의 성화가 자식의 장래를 망칠 수 있고,영재교육 본래의 뜻을 훼손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가경쟁력이란 교육의 경쟁력을 뜻하고, 교육경쟁력이란 영재가이끄는 견인차적 역할로 해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한명의 영재 과학자가 수백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고,그래서 영재교육은 필요하다.그렇다면 영재 선발절 차와 사후관리가 보다 과학적이고 보호적이어야 한다.지금의 영재 선발방식은 학교성적이 최우선이다.속진.월반도 성적순이고,검정고시도 암기력중심의 시험결과에 따른다.이래서야 영재의 창의성과 진정한 우수성을 판단할 수 없다.영재선발의 과학 적 기준이 새롭게 나와야한다. 진짜 영재라 한들 어린 나이에 대학에 진학해 아저씨뻘 동급생과 함께 공부하려면 인간적 관계가 원활할 수 없고,여기서받는 스트레스와 천재소년이라는 여론의 중압감도 무거울 것이다.
이런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해소해줄 수 있는 곳이 과학 기술원같은 영재교육센터여야 한다.영재교육의 중요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영재를 선별하고 수용하며,그들의 진가를 발휘하도록 유도할 교육프로그램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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