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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김제공항 결국 ‘없던 일’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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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001년부터 전북 김제시 백산면과 공덕면 일대 땅을 정부가 사들이기 시작했다. 157만㎡(약 47만5000평)나 됐다. 연간 123만 명의 승객을 수용하겠다는 김제공항 건설용 부지였다. 정부는 2004년까지 땅을 사들이는 데 450억원 가까이 투입했다.

삽을 뜨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2004년 감사원이 “수요가 부풀려졌다”고 지적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감사원 지적에 당황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부랴부랴 수요를 재검증했다. 2005년 나온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2010년을 기준으로 예상 승객은 연간 25만 명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600~700명꼴로 예상치의 20~25%밖에 안 됐다.

그러자 건교부는 “수요 추이를 감안해 착공 시기를 정한다”는 원칙만 밝힌 채 착공을 2010년 이후로 미뤘다. 이번에는 건설 계획을 아예 취소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998년 김제공항 건설 계획을 세운 지 꼭 10년 만이다. 수요가 너무 적어 공항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일영 국토해양부 항공철도국장은 22일 “김제공항은 짓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수요가 너무 적어 공항 건설의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김제공항 건설을 취소하는 대신 군산공항을 대폭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조노영 국토해양부 공항계획과장은 “전북 지역의 항공 수요를 다시 산정하는 용역을 발주할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군산공항 확장 규모 등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용역에서는 김제공항 부지의 활용 방안도 함께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고려가 빚은 정책 실패=김제공항 건설은 99년 9월 건교부가 수립한 공항개발 중장기기본계획에 포함됐다. 건교부는 2001년 7월 김제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항공 교통 소외 지역인 전북 지역에 수준 높은 항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인근 군산공항은 미군과 함께 쓰고 있어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항공 전문가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아니었지만 정치권에서 전북 지역에 신공항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확한 수요 예측에 따른 판단보다는 정치적 고려로 공항 건설이 결정됐다는 뜻이다.

경북 울진공항도 공사는 거의 끝났으나 개항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 부족 때문이다. 울진공항은 90년대 초반부터 계획이 추진됐으나 김대중 정부 때 정권 실세가 밀어붙여 본격화됐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울진공항을 공군이나 해군에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제·울진공항과 추진된 무안공항만 지난해 11월 개항했다. 국내선 2개 노선과 국제선 7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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