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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 포스티노"주연배우 트로이치 혼신다한 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혼신의 연기는 감동 그 자체다.그 연기가 실제로 마지막 생의숨결을 토해놓은 것이라면 관객들은 그 죽음을 넘어선 열정에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9일 개봉되는 이탈리아영화 『일 포스티노』(우체부란 뜻)는 주연배우 마시모 트로이치의 마지막 연기에 실려 전달되는 잔잔한삶의 아름다움이 감동적인 작품이다.심장이식수술을 미루고 작품에매달린 그는 촬영을 마친 12시간후 41세로 숨을 거두었고,미국 아카데미영화상위원회는 그를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함으로써 그의 정신을 추모했다.죽은 사람이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76년 『네트워크』의 피터 핀치이후 처음이다.
『일 포스티노』외에도 이번 주말엔 뛰어난 연기가 선사하는 즐거움을 담은 영화들이 많다.지난 주말 개봉돼 1주일만에 서울에서만 5만4천여명의 관객을 모은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의 니컬러스 케이지.엘리자베스 슈의 절실한 연기도 그렇 고,9일 개봉되는 미국 코미디 『겟 쇼티』는 연기파로 거듭난 존 트래볼타의 능숙한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일 포스티노』는 사회주의사상 때문에 조국 칠레에서 추방돼 이탈리아의 작은 어촌에 이사온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동네 우체부의 우정을 그린 작품.『시네마천국』의 필립 누아레가 네루다로출연하며 영화의 분위기도 『시네마천국』과 비슷하 다.트로이치가분한 주인공 마리오 로폴로는 꿈은 크지만 가난한 청년.네루다가이사오면서 우편량이 엄청 늘자 그를 전담하는 우체부로 고용된다.그는 네루다에게 쏟아지는 여성들의 팬 레터를 보면서 시인이 되고 싶어한다.네루다와 친해지게 된 그는 시와 사랑에 대해 눈을 떠가는 동시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적극적 움직임에 동참하게 된다.오랜만에 낭만적인 예술로서의 시와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는 케이지의 알콜중독 연기,슈의 따뜻하면서도 비극적인 창녀 연기가 빚어내는 처참한 사랑 이야기로 영화팬들을 사로잡고 있다.원작자가 영화화 결정 2주만에 자살했다는 슬픈 뒷얘기가 있어 작품이 더욱 실감있게 다 가온다.또 3백50만달러(한화 약 28억원)의 저예산과 4주 반의 촬영기간,16㎜로 찍었다는 사실로 영화 제작에 뜻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겟 쇼티』는 우디 앨런의 『브로드웨이를쏴라』처럼 예술의 아이러니를 그린 코 미디지만 재미있는 상황 설정에 비해선 재치와 위트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다만 『펄프 픽션』이후 놀랍게 변신한 트래볼타의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이번 주말엔 또 캐나다의 예술영화 『엑조티카』 가 미스터리적인 독특한 구성과 관음(觀淫)주의자들로 가득 찬 스트립 클럽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미로같은 심리로 눈길을 끈다.이밖에 액션 스릴러 『나이트 러닝맨』과 예수의 생애를 그린 『예수 그리스도』가 9일 개봉된다.국산영화로는 설 연휴에 개봉된 『은행나무 침대』가 관객 20만명을 돌파 했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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