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22 전투기 성능 너무 좋아 해외 판매 금지 … 돈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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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근교 판버러에서 열린 국제에어쇼에 참가한 F-22 랩터가 14일(현지시간) 급강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실전에 배치된 기종 중 세계 유일의 ‘5세대 전투기’로 불리는 F-22가 국제에어쇼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버러 AP=연합뉴스]

최첨단 F-22 랩터가 조만간 ‘시대를 너무 앞서간 비운의 전투기’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F-22 랩터를 제작하는 미국 록히드 마틴사는 현재 주문 받은 물량의 인도가 끝나는 2011년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F-22는 미 공군의 주력기 F-15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에, 추가 엔진 사용 없이 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수퍼 크루즈’ 기능을 갖췄다. 2개의 엔진 출력 방향을 각각 상하 최대 20도까지 바꿀 수 있어 공중 기동 성능도 탁월하다. 덕분에 공중전에선 무적을 자랑한다. 2006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벌어진 F-15·16·18과의 모의 공중전에서 가상 적기 144대를 격추하는 동안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이 ‘탁월한 성능’이 거꾸로 F-22의 발목을 붙잡았다고 WSJ는 전했다. 연방법에 의해 해외 수출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일본·호주 등 미국의 최우방국에조차 F-22를 팔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선 국방부가 문제다. 공군은 최소 381대를 원했지만 국방부는 단지 183대만 구입해줬다. 지난해 몇몇 의원들과 대형 방위산업체 사장들이 제출한 20대의 추가 구매 요구도 거부했다. F-22는 냉전 시대가 끝나기 전에 개발이 시작됐다. 군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첨단 기능을 총망라했다. 그 때문에 대당 가격이 1억4300만 달러(약 143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벌이고 있는 ‘요즘 전쟁’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로버트 게이츠 장관은 화려한 공중전의 왕자보다는 지상군을 지원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종을 원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11월 대통령 선거 후 출범할 새 정부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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