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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전사, 캄보디아 ‘컴맹’을 깨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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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7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1시). 캄보디아 왕립 프놈펜대학에 전기가 끊어졌다. 본관 강의실에서 인하대(총장 홍승용) IT봉사단의 컴퓨터 실습 강의가 한창이던 순간이었다. 봉사단은 어쩔 수 없이 첫 수업을 중간에 마쳐야 했다.

프놈펜대는 캄보디아 최고의 두뇌들이 모이는 학교. 하지만 건물은 당장이라도 리모델링이 필요해 보일 정도로 낡았다. 캠퍼스에는 주인 없는 개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날 오전 컴퓨터 기증식을 치렀던 강당의 스피커는 ‘웅웅’ 대기만 할 뿐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인하대 IT봉사단 6명이 프놈펜에 도착한 것은 2일. 재학생 1만 명 규모의 프놈펜대에 있는 컴퓨터라고는 7~8년 전 모델인 펜티엄Ⅲ급 90대가 전부였다. 인터넷 속도도 느려 사이트를 열려면 5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런 이곳에 한국 대학생들이 22인치 모니터가 탑재된 신형 펜티엄D급 컴퓨터 20대를 들고 찾아와 강의까지 해준다는 것은 큰 선물이었다. 가져온 컴퓨터를 설치한 뒤 7일 열린 기증식에는 이 대학 총장뿐 아니라 교육부 차관까지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 국영방송인 TVK는 5분가량의 뉴스를 내보낼 정도였다.


이 대학 컴퓨터학과의 속 소카리스 교수는 “학과 교수가 4명뿐이고 장비도 오래돼 전산 실무교육이 불가능했는데, 한국의 봉사단이 와줘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인하대의 IT봉사단 파견은 지난해 중앙일보가 제안한 대한민국 어젠다 ‘IT 해외 청년 협력단 1만 명 파견하자’에 홍승용 총장이 적극적인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졌다.

컴퓨터를 배우는 프놈펜대 학생 95명은 같은 나이 또래 학생들로부터 배우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다. 힝 사마디(수학과 3년)는 “친구에게 배우는 것 같아 부담 없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파워포인트·엑셀·웹디자인·C++·워드 등 5개 과목 강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18일까지 이뤄지는 단 열흘간의 강의라 학생들은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자 연신 질문을 해댔다. 픙 초포아(여·컴퓨터학과2년)는 “기간이 짧아 아쉽지만 최대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파워포인트 강의를 맡은 김현대(산업공학 4년)씨는 “마우스 조작부터 서툰 학생들이 많아 수업에 애를 먹고 있지만 의욕 하나만큼은 놀랄 만하다”고 얘기했다.

학생들이 이처럼 열의를 보이는 것은 컴퓨터 능력이 외국계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 캄보디아의 기초 공무원 첫 연봉은 500달러(약 50만원) 안팎이지만,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면 이의 두 배 이상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사단 학생들도 매일 밤 프놈펜 시내 숙소에서 다음날 수업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임다영(경제학 4년)씨는 “한국의 대표 봉사단이라는 책임감으로 교육 기간 동안 알찬 강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프놈펜(캄보디아)=최선욱 기자

◇왕립 프놈펜대학=캄보디아 유일의 종합대학. 3개 캠퍼스에 15개 학과를 두고 있다. 폴포트가 이끈 크메르루주 정권은 1975년부터 4년간 전문 지식인층을 기회주의라는 죄명으로 죽이는 등 150만 이상의 캄보디아인을 학살하면서 프놈펜대학에도 휴교조치를 내렸다. 81년 다시 문을 열었고, 96년 현재의 왕립대학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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