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매년 간질 환자 2만 명씩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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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과정만큼이나 편견으로 환자를 괴롭히는 질병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간질이다. 로마 황제 시저가 발작할 땐 신과 대화하는 경외의 순간으로, 중세 땐 악마와 대화하는 것으로 폄하되는 등 역사적 오해도 극과 극을 달린다.

다행히 현대의학은 간질이 주변 뇌세포로 전기 방전이 과잉 자극돼 발생하는 ‘뇌질환’임을 밝혀냈다. 전염성도 없고, 치료도 비교적 잘 되는 병이 됐다. 최근 편견을 없애기 위한 일환으로 간질을 ‘황제증’(시저와 나폴레옹이 앓은 데서 착안), ‘뇌전증’(뇌에 전기가 오는 병) 등으로 개명하는 일이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다. 유병률 1%, 국내에서 매년 2만 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는 간질의 정체와 치료법을 알아본다.

◇다양한 원인과 증상=간질은 다양한 원인으로 자극된 뇌세포가 전기적으로 지나치게 흥분돼 경련을 초래하는 병이다. 어릴 땐 뇌염·뇌 기형·대사장애·체질적 요인 등이 원인이며, 20세 이후엔 외상·뇌졸중·뇌종양 등 뇌질환 후유증으로 나타난다.

간질 종류는 발작 형태와 뇌파 소견에 따라 크게 전신발작과 부분발작으로 분류된다. <표 참조> 또 전신발작도 증상에 따라 대발작·소발작·탈력(脫力)발작·근간대성(筋間代性)발작 등으로, 부분발작은 의식 소실 여부에 따라 단순 부분발작과 복합 부분발작으로 나뉜다. 통상 일반인이 알고 있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전신을 흔들어대거나 뻣뻣해지는 증상’은 대발작이다. 간질극복은 증상·뇌파검사·뇌촬영을 해 발작을 초래하는 원인과 종류를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종류별 맞춤 치료가 효과=간질은 발병 초기 환자에 따라 맞춤 치료를 하면 80%이상 효과를 본다. 하지만 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어린이에게 빈발하는 소발작은 몇 초간 멍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는 일이 반복해 일어난다. 이때 아이에게 “정신을 빼놓고 지낸다”는 식으로 혼내는 경우가 많다. 간질은 뇌질환이라 방치하면 뇌손상이 올 수 있는 데다 의식 없는 상태에서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생길 수 있다.

간질 극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약물 치료를 장기간(2~5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린이 간질은 뇌기형이 없는 한 대부분 2년 정도 약물 치료를 하면 잘 낫는다. 하지만 성인 간질은 뇌질환 후유증이 초래되므로 치료 기간도 길고, 약을 끊으면 재발 비율도 높다.

32세에 오토바이 사고로 두개골절 등 뇌손상을 입은 K씨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의식 없이 병원을 찾았지만 한 달간 치료로 이전 상태를 회복해 퇴원했다. 하지만 1년 뒤 K씨는 대발작으로 병원을 재방문했다. 현재는 약물 치료를 받으며 발작 없이 5년을 지내고 있다.

성인 간질도 약물치료가 원칙이며, 80% 이상은 발작 없이 지낸다. 하지만 K씨처럼 약을 끊을 경우 재발률은 40%에 이른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다시 약물치료를 하면 조절이 잘 된다 . 조절이 힘든 20%의 난치성 간질은 원인별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예컨대 측두엽 간질은 문제의 뇌 부위를 수술로 제거하며, 미주신경 자극술로 효과를 보기도 한다.

◇고령화 시대엔 노인 간질도 증가=뇌졸중·치매·뇌종양 등 뇌질환 발생이 높은 노년기엔 간질 환자도 증가한다. 문제는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의식 혼란·기억력 상실 등 유사 증상으로 인해 치매·파킨슨병·뇌졸중 등 엉뚱한 치료를 받기도 한다. 노인 간질 역시 뇌파검사로 확진이 가능하며, 약물로 좋은치료 효과를 본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아주대병원 신경과 허균교수, 서울아산병원 소아신경학 고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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