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대-보수단체 물리적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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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본사 앞에서 촛불시위대와 보수단체가 충돌한 가운데 시위대 일부가 박찬성 목사(左)·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표)를 몰아내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에서 촛불시위대와 보수단체 회원들이 충돌했다.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쯤 KBS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등 보수단체 회원 수명이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촛불시위를 벌이던 박미라(49·여)씨에게 다가가 “촛불을 끄라”고 요구했다. 양측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들고 있던 피켓으로 박씨를 밀었다. 박씨는 본지 기자와 만나 “KBS 정문 맞은 편에 피켓을 들고 서 있었는데 고엽제전우회 10여 명이 달려들어 ‘빨갱이년’이라고 욕을 했다. 평화롭게 의견 표현하니 말리지 말라고 하자 ‘빨갱이년 죽어라’면서 피켓으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말했다. 박씨 주변에 있던 아고라 회원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각목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을 말리던 촛불집회 참가자 강현규(42)씨도 “보수단체 회원들이 나를 발로 밟은 뒤 피켓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박씨와 강씨는 치료를 받기 위해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박씨와 강씨를 진료한 한강성심병원 변재철 담당의는 “박씨의 목에 염좌 증상이 나타났으나 머리엔 특이 증상이 없었고, 강씨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충돌 과정에서 각목이 사용됐는지 여부와 관련해 “보수단체 회원이 피켓으로 박씨를 밀었는데 인도로 넘어진 박씨가 ‘각목으로 맞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는 오후 7시부터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이들이 가두행진을 벌이는 도중 “촛불집회 참가자가 여의도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각목으로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향신문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수단체 남성들, KBS 앞 촛불 여성 각목으로 폭행’이라는 기사를 띄웠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사이트 등에는 이 뉴스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흥분한 시위대는 오후 9시쯤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로 향했다.

이들은 KBS 본사 앞에서 이미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던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회원 200여 명과 합류한 뒤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던 보수단체 회원들과 대치했다.

오후 9시30분쯤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한 경찰의 차단벽이 뚫리면서 촛불시위대 50여 명이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이 있던 천막 농성장을 덮쳤다.

촛불시위대는 “XX새끼야” “매국노, 일본 앞잡이” 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천막을 무너뜨리고 바닥에 깔려 있던 스티로폼과 피켓 10여 개를 부쉈다.

시위대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는 박찬성(55·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표) 목사의 목을 잡고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박 목사의 양복 상의가 벗겨지고 물병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박 목사는 “왼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시위대에 맞아 잘 안 보인다. 시위대에게 끌려가면서 발길질을 당했다”고 말했다. 오후 9시50분쯤 보수단체 회원들이 자리를 떴고, 경찰이 보수단체의 천막을 치웠다. 촛불집회 참가자 500여 명은 이날 밤 늦게까지 KBS 본사 앞에서 “보수단체가 두고 간 트럭 안에서 각목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며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박찬성 목사와 박 목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촛불집회 참가자 세 명을 연행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보수단체로부터 폭행을 당한 박씨와 강씨를 불러 조사했으나 가해자는 현장에서 연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글=강기헌·한은화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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