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해수욕장 확 달라졌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정비하기 이전의 경포해수욕장 해안. 모래사장에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난립했었다(사진左). 정비한 후 경포해수욕장 해안. 건축물을 철거한 자리에 소나무를 심고 도로 옆으로 목재 테크를 설치했다(사진右). [강릉시 제공]

23일 강릉시 경포 중앙통로 입구에서 포크레인이 낡은 3층 건물을 헐어냈다. 40여 년 된 이 건물은 마트와 노래방 숙박업을 하던 곳. 이 건물 철거를 끝으로 30여 년 만에 경포 정비사업이 마무리됐다.

연간 1500여 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강릉 경포해수욕장이 달라졌다. 모래사장과 소나무 숲에 마구잡이로 들어섰던 불량·노후 건축물이 말끔히 정비됐다. 그 자리에 소나무 숲과 목재 테크 산책로가 생겼다.

이날 경포해수욕장을 찾은 김주성(46·경기도 안산시)씨는 “1년에 서너 차례 경포에 오는데 최근 변화가 놀랍다”며 “지저분한 상점이 사라져 깨끗해졌고 무엇보다 푸른 동해바다를 쾌적하게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어떻게=경포 정비사업은 1978년 추진됐다. 경포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1979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나 재정부족과 해당 주민 반발로 지지부진했다. 보상금을 지급하고도 철거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차질을 빚던 정비사업이 본격 시작된 것은 지난해. 강릉시는 경포를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고 경쟁력 있는 ‘생태관광의 메카’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1월 경포정비전담기구를 설치해 정비에 모든 힘을 쏟았다.

협박은 물론 몸싸움 직전의 험한 상황도 자주 발생하는 등 주민 반발과 저항이 거셌다. 그럼에도 매일 주민을 만나 경포 발전을 위해 정비사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리고 설득했다. 최명희 시장도 실적을 챙기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 주민동의를 이끌어 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경포와 강문 모래사장에 있던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32채를 헐어낼 수 있었다. 이어 올해 송림지구 조개구이 집 등 12채를 헐어냈다. 이 과정에서 공군전적비, 군부대 벙커, 행정봉사실 등 미관을 해치거나 용도지역에 맞지 않은 건축물 14채를 더 철거, 모두 58채를 정비했다.

건축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소나무 400여 그루를 옮겨 심고, 경포 해변폭포에서 현대호텔 앞까지 소나무 숲 사이와 모래사장에 길이 2.1㎞의 목재 테크 산책로를 설치했다. 솔 향기 숲이다.

경포번영회 강종길씨(51)는 “건축물이 철거된 이웃 주민들의 아픔이 밑거름이 돼 경포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포는=지난해 경포도립공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강릉시는 올해 ‘경포도립공원 발전방안 및 실행계획’에 대한 용역을 맡겼다. 강릉시는 다음달 공원계획이 변경 고시되면 2009년부터 연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릉시는 우선 내년 경포 중앙통로에 문플라자·거울연못 등이 있는 랜드마크 공원을 만들고, 다음 해에는 옛 자동차극장 일원에 아트캘러리 파크를, 해안 변 상가는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2011년에는 1.5㎞의 경포대 우회도로, 운정교 옆에 공원진입부 광장, 평화의 숲, 생태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민자 투자도 이어진다. 옛 코리아나호텔 자리에 265실 규모의 레이크비치호텔, 승산레저는 500실 규모의 경포산장 및 승산콘도를 지을 계획이다. 현대호텔(95실)은 객실을 늘리고 컨벤션센터를 신축하거나, 아예 재건축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최명희 시장은 “호수를 중심으로 지켜야 할 것은 철저히 지키고, 투자가 이뤄져야 할 곳은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해 경포를 국제적인 관광지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