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조건 위반 업체 블랙리스트 만들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中>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쇠고기 추가협상에 대한 설명에 앞서 강재섭 대표의 인사말에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미 정부와의 쇠고기 추가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협상 결과 설명회’를 열었다. 그는 “얘기가 잘 풀리지 않아 한번 더 조기 귀국하려고 결심했었다”며 치열했던 협상 과정을 전했다.

그가 밝힌 이번 추가협상 합의 사항은 ^한국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 도입을 통한 한국 수출용 쇠고기의 30개월 미만 증명 ^국내 검역 및 미 도축장 현지 점검 시 우리 정부의 검역 권한 강화 ^뇌·눈·척수·머리뼈 등의 수입 차단 등이다.

다음은 김 본부장이 밝힌 합의 과정과 결과 요지.

◇한국 QSA 도입=“미 농무부에서 한국 수출용 쇠고기가 30개월령 미만임을 증명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이미 운영 중이지만 한국의 특별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한국’이란 말이 붙었다. 한국 QSA에 참여하는 미국 수출작업장은 미 농무부 농산물유통국의 사전 승인과 감독을 받아야 한다. 또 수출위생증명서상에 ‘한국 QSA에 따라 생산됐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미국 쇠고기의 통관과 검역 과정에서 이 증명서가 없거나 비고란에 증명 내용이 없으면 우리 검역 당국이 반송하도록 했다.”

◇한국 정부의 검역 권한 강화=“위험 요소 발생 시 미 정부와 시정 조치를 논의하고 4주 내에 합의에 실패할 경우 해당 작업장에 대해 한국이 강화된 검사를 연속 5회 실시한다. 두 번 이상 식품 안전에 위해가 발생하면 첫 번째는 돌려보내고 두 번째는 수출 중단을 요구한다. 이 경우 미국은 즉시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

김 본부장은 또 혐오 물질로 분류돼 온 뇌·눈·척수·머리뼈 등의 수입을 차단한 데 대해 “미국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이런 부위가 수입된 전례가 없다’는 주장을 펼쳐 고시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수고했다”vs“결과 미흡”=의총에선 특히 QSA의 실효성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 본부장은 이에 “(QSA) 위반을 자주 하는 회사들을 주관 부처의 내부 규칙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수입업체와 국민에게 공개한다면 실효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의총장에선 “수고했다”는 박수도 터졌지만 일부 의원은 “협상 결과가 미흡하다”며 따지기도 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쇠고기 협상을 비판해 온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에게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추가 브리핑에서 김 전 장관의 언론 인터뷰 등을 거론하며 “정치적 입장을 떠나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하실 분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따졌다.

김 본부장은 김 전 장관의 왜곡 사례로 인간광우병 환자 문제를 꼽았다. 그는 “김 전 장관이 지난달 한 주간지 기고문에서 미국 내 치매환자 중 65만 명이 인간광우병 환자라는 주장을 폈지만 인용된 예일대 및 피츠버그대의 연구는 인간광우병이 아니라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이라며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으나 전직 장관이 이 정도로 과장, 왜곡하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장관이 미 농무부 쇠고기 QSA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 삼은 데 대해 “이 제도는 김 전 장관의 재직 중에도 운영됐다. 이 제도를 운영한 분이 우리 제도를 폄하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