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신선해" "선정적" '백지연의 끝장토론' 끝없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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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토론쇼’를 내세운 XTM ‘백지연의 끝장토론’.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신개념 토론 프로가 될 수 있을까. [XTM 제공]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아 흥미진진하다. 기존의 딱딱하고 뻔한 토론 프로그램과 다르다.”

“이런 ‘막장토론’은 처음 본다. 토론장에서 어떻게 박수를 치는가. 말싸움만 벌어지면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6일 첫 방영된 XTM ‘백지연의 끝장토론’(매주 금요일 밤 12시)에 쏟아진 반응은 이렇듯 극과 극을 달린다.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 1회 ‘MB 스타일, CEO인가 대통령인가’는 케이블 시청률 1.76%를, 2회 ‘촛불집회, 민의의 표현인가’는 0.98%를 기록했다. 촛불집회와 이명박 대통령 등 한창 뜨거웠던 토론 소재를 고른 데다, 진중권 교수와 노회찬 전 의원 등 내로라하는 논객들이 출연한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방송인 백지연씨가 사회를 맡은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첫 방영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350여 건의 글이 올랐다. 과연 참신한 실험으로 인정받을 ‘끝장’인지, 아니면 일부의 비아냥처럼 ‘막장’이 돼 버릴지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을 짚어 봤다.

◇“시사토론? 버라이어티 토론쇼!”=‘끝장토론’에 쏟아지는 비난 중 하나는 “이게 예능 프로지, 무슨 토론 프로냐”는 것이다. 그만큼 기존 토론 프로의 형식을 상당 부분 깼다. 지금껏 토론 프로라고 하면 사회자를 가운데에 두고 패널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앉는 식이었다. 카메라는 가끔 출연자들의 옆 모습을 비출 뿐, 대부분 정면 바스트샷에 고정돼 있다. 시청자 참여는 전화 몇 통 받는 정도다.

그런데 ‘끝장토론’은 무대 구성부터 오락 프로 같다. 뒤쪽에는 시민토론단 100명이 찬반을 나누지 않고 자유롭게 섞어 앉는다. 사회자는 무대 중앙에 앉은 패널 4명과 시민토론단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진행한다. 패널들을 비출 때는 리얼한 표정을 잡기 위해 ENG 카메라를 주로 쓴다. 카메라가 자주 흔들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소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다. 연출을 맡은 임택수 PD는 “아무리 점잖은 사람이라도 상대방이 내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해 오면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걸 있는 대로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잦은 자막 등장, 화면 분할 등의 편집도 오락프로의 그것과 빼닮았다. 토론만 이어지면 지겨울 세라 카메라를 들고 공무원들의 회식 자리, 촛불시위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경들을 찾아가는 ‘습격인터뷰’도 끼워 넣는다. 이 모두가 ‘토론을 버라이어티 쇼로 즐긴다’는 기획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패널 압도하는 시민토론단=시민토론단은 현재 이 프로의 ‘뜨거운 감자’다.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의 토론 카페, 대학교 토론동아리 등에서 신청을 받아 사전면접을 거쳐 선발했다. 성별·직업·거주지 등을 고려해 다양하게 뽑는다. ‘박수부대’ 수준이 아니라 회당 15∼20명 이 격렬히 토론에 참여한다. 리허설은 없다.

일부 발언은 마치 네티즌 토론방을 옮겨 놓은 듯하다. 기발한 비유를 섞어 가며 전문가 못지않은 달변을 자랑한다. 남의 의견에 동감하면 환호와 박수도 터진다. “시장통에 나온 것 같다”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특히 첫 회에는 한 사람이 얘기하고 있는 도중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자 “제발요, 제발”이라며 발언을 계속하게 해 달라고 애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민토론단의 참여 덕에 분위기는 생기 있지만, 상대적으로 패널들이 의견을 흡족할 만큼 펼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사회자도 시민토론단을 제지하기 힘든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이러다 보니 전문가들을 왜 섭외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이유 있게 들린다. 1, 2회에 출연한 진중권 교수는 한 게시판에 “전문논객과 시민논객의 발언이 뒤섞이다 보니 논쟁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환성도 토론의 맥을 잘라 버린다”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시민토론단이든 패널이든 서로의 논지를 제대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맺고 끊는 기술이 절실해 보인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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