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총리’ 불가론의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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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국을 뒤엎을 카드로 급부상했던 ‘박근혜 총리’ 기용설이 수면 아래로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지난 주만 해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쇠고기 정국을 돌파할 최선의 방안으로 제기하고 일부 친박 인사들마저 동조하던 박근혜 총리 카드가 갑자기 힘을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류 측이 말하는 박근혜 총리 불가론의 핵심 논거는 그가 총리를 맡을 경우 총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내각제식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표에게 일정한 몫의 각료 인사권을 주고, 독립된 권한을 인정해 주는 책임총리제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이 경우 총리실이 너무 세지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이제 출발한 지 넉 달도 안 된 시점에서 당장 힘들다고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양보할 경우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권 핵심 관계자들이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보수 대결집을 통한 쇠고기 정면 돌파 구상에도 이견이 많은 상태다. 현 쇠고기 사태가 민생 문제로 촉발된 광범위한 민심 이반 현상임을 감안할 때 진보-보수의 대결로 몰아갈 경우 오히려 진보 측의 결집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박 전 대표가 보수 대단결을 명분으로 내각에 들어가게 되면 진보 진영과 한판 붙자는 것인데 현재 국면 구도상 맞지 않다”고 반대했다.

불가론으로 돌아선 친박 분위기

지난주만 해도 ‘대통령의 진정성이 관건’이라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였던 김무성ㆍ허태열ㆍ유기준ㆍ유정복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은 일제히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들 친박 측 반대론의 주된 이유는 총체적인 정권 위기 국면에서 선뜻 총리를 맡았다가 자칫 국정 혼란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쓸 수 있다는 걱정이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한국 국무총리제의 특수성 때문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국무총리실은 조직과 인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박 전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함께 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현 정부와 적당히 차별화를 이루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세워야 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총리가 그렇게 매력적인 자리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불신 관계에다 주요 정책 방향마저 다른 두 사람이 정부에서 만나 갈등을 빚을 경우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과거 김영삼-이회창, 김대중-김종필 식의 나쁜 조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강현욱·심대평도 부상

한승수 국무총리가 교체될 경우 ‘박근혜 총리’ 카드의 대안으로 지역 안배 차원에서 강현욱 전 전북지사와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집중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강현욱 전 지사는 호남 출신에 농림수산부ㆍ환경부 장관 같은 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자기 관리가 잘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면서도 “총선에서 떨어진 인사는 6개월간 공직에서 배제하는 원칙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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