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된 北 최승철, 황해도 닭 공장서 노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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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직(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최승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현재 황해도 지역 닭 가공 공장에서 노역을 하고 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대북통 A씨의 전언이다.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막후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상당한 역할을 했던 A씨는 얼마 전 평양에서 북측 대남 담당 고위 관계자를 만나고 돌아왔다. 그가 만난 북측 고위 인사에 따르면 최 부부장은 남북경협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부패 문제와 기강 해이 등으로 지난해 당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초 조사가 시작돼 올 1월에야 마무리됐으며, 부패 혐의가 드러나 황해도의 닭 가공 공장에서 가족과 함께 노역 중이라는 것이다. 지위가 박탈됐음은 물론이고 방 두 칸짜리 허름한 집에 살고 있다. 최 부부장은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을 당시 북측 대표로 마중 나와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은 인물이다.

A씨는 “최 부부장이 지난해 11월 29일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 일행이 2박3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했을 때 일어난 ‘술판 사건’ 때문에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도 받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최 부부장은 남측 당국자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날(30일) 오전 김양건 부장이 청와대로 노 대통령을 예방할 때 술 냄새를 진하게 풍기며 배석했다는 것. A씨는 “이 사건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으로부터 부패 혐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최 부부장 외에 남북경협 실무선에 있던 인사들도 함께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남북경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전금율·강관승·김정철 등 아태평화위와 통일전선부 서기장급 인사들도 대대적인 부패 조사를 받고 모두 숙청돼 함경도와 황해도 지역의 광산촌과 닭 가공 공장으로 쫓겨났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로 한때 숙청됐다가 복권된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과 달리 최 부부장 등은 앞으로 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김 국방위원장이 지난 6일 옥류관 재개관 행사에 나와 테이프 커팅을 했다. 건강해 보였다”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옥류관 외에도 대동문 영화관, 청류관 등 최근 개축 공사가 끝난 곳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고 한다. A씨는 “창건 60주년 9·9절 행사를 앞두고 평양 시내는 밤에도 불을 환하게 밝힌 채 문화시설·식당·도로 등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벌이는 중”이라며 “주요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 공사 비용으로는 3억 달러 정도가 쓰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북한 식량 사정과 관련해 A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양의 고위층 인사 집에 초청받으면 하루 700g의 식량이 배급됐는데 최근 500g만 나오는 것으로 볼 때 북측의 식량 사정이 꽤 안 좋은 것 같다”며 “요즘 평양의 장마당(시장)에서 제일 비싼 것이 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측 고위 인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남측이 비핵·개방 3000 구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옥수수 5만t은 물론 더한 것을 준다 해도 받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고 전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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