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석종훈 대표 "아고라는 '저항의 메카' 아닌 '토론의 메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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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훈 다음 대표
40일을 넘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에 불을 당긴 도화선은 인터넷 포털 다음이 운영하는 토론방 ‘아고라(광장)’이다.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던 아고라에 한 네티즌이 촛불 집회를 제안하는 글을 올린 게 계기가 됐다. 아고라에 대한 평가는 ‘디지털 민주주의’란 찬사와 함께 ‘디지털 포퓰리즘’이란 우려가 엇갈린다. 그렇다면 다음커뮤니케이션 석종훈 대표은 어떤 생각일까.

그는 중앙 SUNDAY와의 인터뷰에서“아고라가 ‘저항의 메카’보다 ‘토론의 메카’나 ‘온정의 메카’‘응원의 메카’로 자리 잡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중앙 SUNDAY’의 인터뷰 일문 일답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아고라는 ‘저항의 메카’인가.

“우리는 아고라를 귀중한 토론의 광장으로 여긴다. 아고라가 ‘저항의 메카’보다 ‘토론의 메카’나 ‘온정의 메카’ ‘응원의 메카’로 자리 잡길 원한다.”

-촛불 시위를 비판한 라디오 MC 정선희씨가 큰 상처를 입고 방송을 중단했다. 정씨의 잘못인가, 네티즌의 책임인가.

“고민이 많다. 음란성이 명백하거나 개인의 신상정보를 담은 글은 명백히 지워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놔둬야 할지 지워야 할지 분명하지 않은 글이 많다. 그런 글들을 허용하다 보니 (정선희씨 문제 같은) 그런 문제가 생겼다. 이용자는 자신의 발언이 다른 네티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 만약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이 이뤄지고 인신공격이 횡행하고 언어 폭력이 난무한다면 소중한 공간을 잃게 된다. 그러나 인터넷은 자정 기능을 갖고 있다. 설득력이 없는 글은 순식간에 잊혀진다.”

-이문열씨는‘디지털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않겠다. 다만 이 말을 하고 싶다. 침묵하는 다수도 적극적으로 나서라. 그래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라. 그렇게 되면 토론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아고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촛불 집회가 계속되면서 끝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아고라에서 그런 문제까지 토론되길 원한다. 지속하자는 의견과 이제는 끝내자는 의견이 자유롭게 토론을 거쳐 어느 방향으로든 수렴되길 기대한다.”

-포털이 권력이란 지적도 있다.

“포털은 권력을 가질 수 없다. 포털이 자신이 가진 인터넷 기반으로 권력을 가지려 한다면 네티즌이 반발하며 떠날 것이다. 포털은 여러 다양한 의견을 손쉽게 전달해주는 창구에 불과하다.”

-뉴스 편집을 통해 네티즌에게 영향력을 미치지 않나.

“하루에 6000건의 기사가 제휴 언론사에서 들어온다. 어떤 기사를 초기화면에 노출하느냐, 많이 본 기사로 올리느냐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털이 자사 이익이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뉴스를 편집한다면 네티즌들이 모두 떠날 것이다. 네티즌이 공감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뉴스를 선택한다.”

-인터넷의 순기능은.

“개인들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불우 이웃 돕기도 순식간에 이뤄진다. 응원도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일을 오프라인에서 한다면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또 사회적 갈등도 인터넷 토론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인터넷 규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정부도 인터넷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인터넷을) 괴담의 진원지라는 인식을 갖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인터넷의 자정 능력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네티즌과 시민단체ㆍ언론사ㆍ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합리적인 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네티즌 토론의 장인 ‘아고라’를 개설한 것은 2004년 12월. 이전엔 자신의 의견을 글로 표현하는 정도였지만 여기에 ‘추천’과 ‘반대’ 기능을 더한 방식이었다.

어떤 의견이 얼마나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지, 반대 의견이 얼마나 되는지 한눈에 알도록 한 것이다. 당시 미디어본부장이었던 석 대표는 그리스어로 ‘광장’이란 뜻을 갖고 있는 아고라를 새로 만드는 토론 광장의 이름으로 선택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고라는 시민들이 정치 및 사회 문제 등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유 공간이었다.

석 대표는‘중앙 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광장이 제대로 역할 하려면 내 의견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남의 의견을 한눈에 파악하는 가운데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취지로 아고라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촛불 집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아고라는 오프라인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마다 ‘아고라’ 깃발을 든 시위대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KBS 특별 감사 반대 운동에까지 ‘아고라 당원’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아고라를 통해 생성된 이슈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고라에 올라온 의견은 삽시간에 복제되면서 온라인 세상을 뒤덮는다. 특히 아고라의 ‘청원’ 코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창구다.

▶석종훈 대표는...

1962년 서울생. 86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다음 중앙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밸리뉴스 부사장, 컴투USA 부사장을 지냈다. 2002년 다음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2006년부터 이재웅 전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이재웅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단독 대표에 취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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