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기자 비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기자를 모욕한 다수당 대표 … 인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기자 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에는 기자들의 회식 때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폭탄주(맥주 잔 안에 위스키 잔을 투하한 진짜 폭탄주)를 마시면 나머지 사람들이 힘차게 손뼉을 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희한한 광경이라 쭈뼜쭈뼜했으나, 금세 익숙해져 손뼉이 자동 반사로 이뤄졌습니다.

박수에 어색해하는 초짜 기자들에게 선배들이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박수받을 일이 별로 없어서 그래.” 기자끼리 모여 손뼉 치는 것에 대한 자조적 설명이었습니다. 모였다 하면 폭탄주 마시는 집단이 기자들 말고 또 있었는데, 검사들이 그랬고, 정치인들이 그랬습니다. 그들도 서로 박수를 요란하게 쳤습니다. 박수 받는 경우가 별로 없는 집단은 자기들끼리 술 마시며 박수 친다는 선배 기자의 이렇다 할 근거 없는 주장에 신빙성이 보태졌습니다.

박수받을 일이 없다는 것은 욕을 많이 먹는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기자들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권한 남용’ 때문이었습니다. 취재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권한이 있었고, 정상적 기자 활동과 ‘갑질’의 경계가 모호했습니다. 제가 윗 문장들에 ‘과거형 서술어’를 쓴 것은 기자들에게 그런 힘이 있었던 것이 상당 부분 과거의 일이 됐기 때문입니다.

요즘 기사를 보며 답답해하신 적 있으시죠? A가 B에게 C와 함께 무슨 일을 했다고 쓰여 있는 경우가 많죠? A, B, C, D에서 해결되면 다행이고, H, I, J, K까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인물들은 이니셜로 표현되고, 내용마저 알쏭달쏭입니다. ‘성추행’이 ‘부적절한 접촉 정황’ 등으로 에둘러 표현되는 것을 말합니다. 기사가 암호문처럼 쓰이는 때가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강력해졌습니다. 기자들이 예전보다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알아도 상세히 쓰기 어렵습니다. 툭하면 명예훼손 소송입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속 편합니다. 남용할 권한조차 사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겼나요? 말초적 흥미를 자극하는 기사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됐습니다. 몰라도 그만인, 누가 시비 걸 일 없는 기사가 넘쳐나는 세상이 됐습니다. 기자들이 처한 취재 환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온라인 세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