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DJ - 김정일 정상회담 대가로 현금 15억 달러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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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무소속·사진) 의원은 1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2000년 3월 17일 상하이에서 북측 송호경 특사를 만났을 때 북측이 우리 정부에 현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대 6·15 연석회의’의 초청으로 서울대 근대법학100주년 기념관에서 한 특강에서 “당시 북측의 요구에 대해 ‘상업차관과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지만 (정부의 현금 지원은) 우리의 예산 절차상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고 소개했다.

박 의원은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이 유창순 전 상의회장을 만나 ‘개성공단을 현대에서 개발할 것이며 북측이 그 대가로 15억 달러를 요구해 정몽헌 회장과 박지원 장관이 상하이에서 깎고 있다’는 얘기를 한 게 나중에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특강에서 6·15 정상회담의 비화를 여럿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을 맨 처음 제안한 것은 고 정몽헌 현대 회장이었다. 박 의원이 문화부 장관이던 2000년 초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정 회장이 “남북 정상회담은 가능하고 현대가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보고받은 DJ가 관심을 표명했고, 며칠 뒤 임동원 국정원장은 박 의원에게 “그런 중대한 사안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말해야지, 어떻게 대통령께 직보를 하느냐”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또 북측이 끝까지 DJ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를 요구해 막판까지 회담 성사가 불투명했던 사실도 털어놨다. DJ 일행이 평양에 도착했던 2000년 6월 13일 송호경 특사가 밤중에 박 의원을 불러 “북한을 방문한 모든 인사가 기념궁전을 참배했다. 이를 거부하면 회담은 없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배를 안 해도 된다는 입장을 전해오면서 문제가 극적으로 풀렸다고 그는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비판=박 의원은 강연 후 문답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안 오르는 것은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고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청 앞에서 몇 사람(의 마음을) 사려고 영혼을 파는 지도자가 돼선 안 된다”며 “국민은 국회에서 일하라고 뽑아준 것이지, 장외에서 투쟁하라고 선출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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