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애드벌룬만 띄우나’ 언짢은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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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제안을 한 사람도, 제의를 받았다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총리설’ 말이다.

11일 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언짢은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일부 언론에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박 전 대표에게 국무총리 직을 제의하겠다는 뜻을 여권의 한 인사가 박 전 대표의 최측근에게 전했고, 곧 청와대가 공식 제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난 것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보도를 접하고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 주변 인사들 중 여권 인사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정부 출범 직전처럼 이번에도 언론에 총리설 애드벌룬만 띄우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근혜 총리설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소통난맥’이 또다시 도진 형국이다. 두 사람은 회동만 끝나면 서로 다른 말을 해 ‘화성남 이명박, 금성녀 박근혜’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두 사람의 오해는 조각 당시 총리 제안설을 두고 처음 표면화됐다. 인수위 시절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의 단독 회동에서 “입각해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고 박 전 대표는 “당에 할 일이 남았다”며 고사했다. 그런데 해석이 서로 달랐다. 이 대통령은 총리를 의미했지만 박 전 대표는 단순한 입각 제의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단독 면담 때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제의했다고 설명했지만 박 전 대표는 똑 부러지게 “당 대표를 맡아 달라”는 말을 듣지 않은 만큼 공식 제의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총리설의 경우 실제 몇몇 친이 인사들이 친박 인사들에게 “이 대통령이 총리직을 제안하면 박 전 대표가 받아들이겠느냐”고 물었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 친이 인사들이 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기엔 대표성이 떨어지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는 친박 인사들도 “황당해서 박 전 대표에겐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직접 소통은 없고, 두 사람을 대표할 책임 있는 인물들 간의 접촉도 없는 상황에서 총리설이 떠돌아다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오랜 기간 청와대 생활을 한 박 전 대표는 제안의 공식성을 중요시하지만 대기업 경영인을 거친 이 대통령은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해 생기는 충돌”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의 한 중진은 “지금이라도 둘 사이에 소통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 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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