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할아버지를 국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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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원자바오(溫家寶·사진) 중국 총리가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을 계기로 중국인은 물론 수많은 세계 네티즌의 사랑을 받는 지도자로 떠올랐다. 많은 중국인은 국부(國父)에 준하는 지도자로 칭송하고 있을 정도다. 원 총리가 지진 발생 이후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보여준 헌신의 결과다. 재난 구호에 임하는 공직자의 자세로는 가장 모범적이고 감동적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세계 최대 인터넷 사교 사이트인 페이스 북(facebook.com)에는 지진 발생 이틀 후인 14일 중국의 한 네티즌에 의해 원 총리 사이트가 개설됐다. 여기에는 원 총리의 사진과 생일· 경력 등과 함께 문학을 사랑하고 야구를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실렸다. 또 지진피해 현장을 누비는 노총리의 고단한 모습도 동영상으로 올려졌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29일 현재 실명 지지자가 2만1034명에 달한다. 대부분 중국인이거나 해외 화교이지만 10% 정도는 외국인 네티즌이다. 지지자 수로만 보면 페이스 북에 올라온 전 세계 정치인 중 인기도가 9위다. 1위는 현재 86만4954명의 지지자를 가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자인 버락 오바마다. 그러나 오바마 사이트는 개설된 지 1년여가 지났고 원 총리는 2주밖에 안 돼 1위 등정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28일 12위에서 하루 만에 3단계를 뛰었다. 인기 액션배우 출신인 미국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주지사(지지자 2만887명·10위)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1만1851명·13위)까지 제쳤을 정도다.

페이스 북에 올라온 정치인 인기도 20위 권 내에 미국인이 아닌 정치인은 원 총리가 유일하다. 인기도 2위는 오바마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웅을 겨루는 힐러리 클린턴으로 현재 15만8000여 명 정도의 지지자가 있다. 이어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은 13만2000여 명으로 3위다. 원 총리 지지자들은 한결같이 그의 헌신적인 대국민 봉사 모습에 감동했다는 반응이다.

수많은 네티즌은 원 총리를 중국의 국부인 쑨원(孫文)이나 중국 공산정권의 첫 총리인 저우언라이(周恩來)와 같은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했다. 일부 네티즌은 그를 “다정한 우리의 할아버지 총리”라고 불렀다.

페이스 북 사이트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주룽지(周鎔基) 전 총리 사이트도 개설돼 있으나 지지자는 수백에서 수천에 불과해 원 총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원 총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지진 발생 후 5시간여 만에 피해 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들과 어려움을 같이해 온 희생정신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피해 현장에서 여진이 심해지자 승용차 안에서 밤을 지새우며 구호활동을 지휘해 이재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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