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상의 적’ 일 자위대에도 SOS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중국 정부가 일본 항공자위대에 ‘SOS(긴급 구조 요청 신호)’를 쳤다. 쓰촨(四川)성에서만 67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으면서 이재민 구호에 비상이 걸린 중국 정부가 일본에 자위대의 비축 물자와 수송 수단의 제공을 요청한 것이다.

다급한 처지에 찬밥·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가상의 적으로 여겨 온 일 자위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중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자위대가 해외에 파병될 때마다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면서 맹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중·일전쟁 당시 옛 일본군 항공기가 중국 영공을 유린하며 엄청난 피해를 본 중국으로선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일본 군용기의 중국 내 진입은 평소 같으면 중국 내에서 반일 감정을 촉발할 수도 있는 일이다. 군용기와 함께 군복 차림의 자위대 부대가 중국에 들어가는 것도 처음이다.

일본 정부의 대응도 이례적으로 빠르다. 항공자위대의 C130 수송기 2~3대가 파견된다. 이르면 31일 구호 물자 공수를 개시할 예정이다. 자위대기가 중국에 처음 들어가는 만큼 선발대는 항로와 이착륙 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항공자위대의 비축 물자 가운데 대형 텐트 200개와 모포 4000장 등을 세 차례에 나눠 쓰촨성 청두(成都)로 수송할 예정이다. 중국은 자위대기가 중국 영공을 이곳 저곳 날아다니는 것은 곤란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비행 범위를 놓고 자위대 측과 막판 협의 중이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자위대 이외에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보유한 텐트와 모포도 수집하고 있다”며 “나름대로 필요가 있어서 비축하고 있는 것인 만큼 그것을 몽땅 챙기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은 5억 엔(약 50억원)의 긴급 지원을 제공한 데다 구조대와 의료진에 이어 자위대기 파견까지 이뤄지게 되자 중국 내 반일 감정을 호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 [J-HOT] 전세계 네티즌 사로잡은 中 최고 '훈남' 바로…

▶ [J-HOT] '물질 1g' 속에 축구장만 한 공간이!

▶ [J-HOT] MB, 베이징대서 "중국 대통령 됐을 지도" 농담

▶ [J-HOT] 800년 끊임없이 기울던 '피사의 사탑'이 멈췄다

▶ [J-HOT] '340kg 강철 폐'에 갇혀 산 그녀, 정전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