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던 ‘피사의 사탑’이 멈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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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여 년간 끊임없이 남쪽으로 기울던 피사의 사탑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이탈리아 지질학자들은 땅속에 묻은 첨단 모니터로 관측한 결과 7년간 기울기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BBC 등이 28일 보도했다.

피사의 사탑은 이탈리아 중서부에 위치한 중세 도시국가 피사가 팔레르모 해전에서 대승한 것을 기념해 세운 종탑이다. 종루를 포함해 8층 규모이며, 나선형으로 된 296개의 계단을 밟고 종루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곳에는 각각 다른 음계를 가진 7개의 종이 걸려 있다.

이탈리아 천재 건축가 보라노 피사논의 설계에 따라 1174년 착공했지만 공사 도중 지역이 불안정한 점토 지대여서 탑이 기울고 있었다. 몇 차례의 공사 중단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1372년 기울어진 상태에서 꼭대기 종루까지 완공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매년 약 1㎜씩 남쪽으로 기울어져 왔다. 그래서 ‘기울어 가는 탑’이란 뜻에서 ‘사탑(斜塔)’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1934년 탑을 바로 세우라는 무솔리니의 명령에 따라 토대에 콘크리트를 부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1990년 그대로 두면 수십 년 안에 탑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자 ‘피사의 사탑 국제위원회’는 그해 내부 관람을 금지하고 기초 보강 공사에 나섰다.

기초를 강철 케이블로 묶고 콘크리트로 보강했으며, 탑 북쪽 방향의 흙 700t을 퍼냈다. 4000만여 달러(약 400억원)를 쏟아 부은 대공사를 끝내고 일반에 다시 공개한 2001년에는 10년 전보다 45㎝ 정도 바로 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공사를 지휘해 온 지질학자 미켈레 자미올코프스키는 “현재의 기울기는 1838년 수준”이라며 “앞으로 200~300년은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탑을 똑바로 일으켜 세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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