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색깔 있는 유혹…14억 잡는 '컬러 변신'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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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은 붉은색과 황금색을 참 좋아한다. 재산과 명예를 뜻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 베이징엔 이런 컬러 바람이 더욱 강하게 불고 있다. 장사를 하는 기업들이 이런 트렌드를 간과할 리 없다.

국내 소주 시장에서 두산 ‘처음처럼’의 공세를 맞아 ‘참이슬’ 아성 지키기를 지휘한 윤종웅 진로 사장. 그가 중국 주류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참이다. 무기는 ‘컬러 마케팅’이다. 윤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시장에 먹힐 한 방을 준비 중”이라고 털어놨다. “황금색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구미에 맞춰 진로 특유의 초록색·흰색 포장을 벗기고 황금색 라벨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현지 소비자 조사 결과 매출을 두 배까지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진로는 지난해 중국에 전년보다 32% 늘어난 28만2000상자(700mL 기준 12병)의 참이슬을 수출했다. 올해는 황금색 소주로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인 60만 상자(약 67억원어치)를 팔겠다는 목표다.

◇중국의 색을 겨냥하라=삼성전자 상하이 디자인연구소는 지난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진시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황금색과 붉은색을 위주로 용·구름 문양을 TV에 새겨 대당 5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내놓았다. 회사 측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 때까지 888대(8은 발음이 ‘파차이(發財·돈을 벌다)’의 ‘파’와 비슷해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를 한정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금색 휴대전화기도 출시할 예정이다. 휴대전화 옆면과 뒷면을 18K 금으로 입힌 제품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초 중국형 아반떼를 공개했다. 국내에 없는 황금색·주홍색 모델도 선보였다. “그동안 디자인에 중국인들의 취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감안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국제무역연구원의 정환우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인들은 황금색과 붉은색을 자신들의 색깔이라고 믿기 때문에 다른 나라 제품이 그 색깔을 쓰면 자신들을 존중하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색깔 다툼도=세계 콜라 업계의 양대 산맥인 코카와 펩시는 지난해 ‘색깔 논쟁’을 벌였다. 파란색을 상징 색으로 삼아 온 펩시가 중국에서 캔 제품을 붉은 색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우리 고유의 색을 도용당했다”고 항의했다. 펩시 측은 “중국 팀의 공식 후원을 맡았고 중국 국기가 붉은 색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중국을 겨냥한 컬러 마케팅의 원조는 오리온 초코파이다. 오리온은 1993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초코파이 포장지를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꿨다. 초코파이 선풍은 2000년 들어 더욱 강해져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 매출이 각각 연평균 35%, 65% 늘었다. 이 분야 시장점유율이 60%대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리온의 황희창 차장은 “중국에서는 어느 분야에서건 1위 기업이나 상품엔 붉은색 치장이 많다”며 “진출 때부터 포장을 바꿔 붉은색 포장 초코파이 하면 오리온을 떠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도 중국의 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전단지를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만드는 전략을 썼다. 현대모비스 역시 지난해 말 상하이에 첫 부품점을 열면서 입구와 실내를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꾸몄다.

문병주 기자

◇황금색·붉은색 왜 좋아하나=중국인들에게 황금색은 황제의 권위와 명예를 뜻한다. 붉은색은 부와 재산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색이 중국을 상징한다. 붉은색은 공산당, 즉 권력과 체제를 상징하기도 한다. 중국 사람들은 이런 색이 행운과 재산을 가져다 준다고 믿어 곳곳에 즐겨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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