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적립식 펀드 돈 버는 3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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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해 국내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한 회사원 김창태(35)씨는 요즘 펀드 자동이체 날만 되면 짜증이 난다. 이상하게 다른 날보다 주가가 올라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넣어야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낼 텐데 영 씁쓸하다. 김씨는 당장 자동이체를 해지하고 매달 주가가 저점일 것 같은 날을 골라 돈을 넣을까 고민 중이다.

◇바꿔봐야 거기서 거기=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수고는 안 하는 게 낫다. 우리투자증권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코스피 수익률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적립식 투자자가 이 기간 동안 매달 지수가 가장 높은 시점에 돈을 넣은 경우와, 항상 가장 낮은 시점에 투자한 경우, 그리고 그냥 매월 말에 돈을 넣은 경우를 비교했다. 연평균 수익률은 최악의 투자인 고점 매수가 12.9%, 최선의 투자인 저점 매수가 15%였다. 고작 2.1%포인트 차이다. 12개월로 나눠 보면 매달 0.2%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 무조건 월말에 돈을 넣은 경우와 항상 저점에 넣은 경우는 격차가 더 좁아진다. 연평균 1.4%포인트, 매달 0.1%포인트 차이다. 매일 주가 흐름을 뚫어져라 봐가며 항상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가정해도 더 벌어들인 돈이 한 달에 1만원당 10원꼴이란 얘기다.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연구원은 “사실상 매달 주가가 저점일 때 투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저점 투자를 한다한들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적립식 ‘만기’의 비밀=펀드 중에는 가입한 지 석 달이 안 돼 돈을 찾으면 환매 수수료를 내는 상품이 많다. 일부 상품은 90일 미만은 무조건 이익금의 70%를 뗀다. 30일 미만은 70%를, 30~90일은 30~50%를 떼는 펀드도 있다. 한목에 전액을 투자하는 거치식은 단순히 가입 3개월만 지나면 된다. 하지만 적립식은 다르다. 환매 수수료가 있는 상품은 가입한 지 오래됐어도 돈을 찾기 전 석 달치 불입액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선 어김없이 수수료를 왕창 떼 간다. 판매사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수익률만 믿고 환매를 신청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이유다. 그런데 이런 아픔을 피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가입 때 미리 정한 만기를 넘기는 것이다. 대부분 만기가 되면 환매 수수료를 안 내도 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만기를 가장 짧은 1년으로 하는 게 유리한 이유”라고 말했다. 장기투자를 한다고 반드시 만기를 3년 이상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3년 만기로 불입하다가 갑자기 돈이 급해지거나 다른 사정으로 찾게 될 경우 꼼짝없이 환매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1년 만기라도 얼마든지 연장이 가능하다.

◇펀드는 적금이 아니다=적립식 펀드의 만기와 관련해 알아둬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만기가 됐다고 반드시 돈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종종 착각하는 부분이다. 만기가 됐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우선 전액 또는 일부를 환매할 수 있다. 투자 기간을 연장해도 된다. 마지막으로 추가 불입 없이 만기까지 넣은 돈만 그대로 놔둘 수도 있다. 마지막을 선택하면 해당 시점부터는 거치식과 똑같아진다. 적립식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에 주가 조정기를 거친다고 수익이 더 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적립식 가입자는 목돈이 만들어진 만기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향후 큰 틀에서 볼 때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놔두는 게, 떨어질 것 같으면 찾는 게 이익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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