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그녀도 찾아왔다…빵식이 아재 ‘돈쭐’ 3년 후

  • 카드 발행 일시2024.06.19

남해 행복베이커리 

6월 14일 오전 8시쯤 경남 남해군 남해초등학교 앞 골목 모퉁이 빵집. 5년째 되풀이되는 장면이 이날 아침에도 재현됐다. 빵집 주인이 부지런히 빵을 내다 놓으면, 등굣길 아이들이 빵을 집어 학교로 간다. 돈을 주고받는 과정은 없다. 2021년부터 예닐곱 번은 이 장면을 지켜봤는데, 볼수록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아이들 행동에 스스럼이 없다. 제집 냉장고에서 간식 꺼내 먹듯,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빵을 집어 들고 등교를 재촉한다. 빵 내놓느라 부산한 중에도 빵집 주인은 연신 인사를 건넨다. “아들, 하나 더 먹어라” “딸, 오늘은 늦었네. 얼른 갖고 가라.” 아이들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잰걸음을 옮긴다.

경남 남해 행복 베이커리의 김쌍식 사장. 이른바 '빵식이 아재'로 불리는 그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등굣길 아이들에게 5년째 공짜 빵을 나눠주고 있다. 손민호 기자

경남 남해 행복 베이커리의 김쌍식 사장. 이른바 '빵식이 아재'로 불리는 그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등굣길 아이들에게 5년째 공짜 빵을 나눠주고 있다. 손민호 기자

남해 읍내의 작은 빵집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51) 대표는 2020년 6월부터 등굣길 아이들에게 공짜 빵을 나눠주고 있다. 월세 40만원짜리 작은 빵집을 차려 놓고, 새벽 4시면 일어나 아이들에게 줄 빵부터 먼저 굽는다.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주는 빵은 70∼100개. 빵집 바로 뒤 초등학교 학생이 제일 많이 집어 가지만, 교복 차림 중학생도 제법 빵을 챙겨 간다. 이 아름다운 아침 풍경을 처음 목격한 건 2021년 6월 초순이다. 남해바래길 취재하러 갔다가 남해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빵집’에 관해 들었다.

“남해초등학교 앞에 동네 빵집이 있는데, 그 집 주인이 보통 괴짜가 아니에요. 애들한테 공짜로 빵을 나눠 준다니까? 장사도 잘 안돼 빚도 꽤 있다던데? 그래도 아침마다 학교 가는 애들 붙들고 빵을 쥐여줘요. 좋은 일 하는 건 맞는데, 이래도 되나 싶어. 장애인 단체 같은 데도 빵을 잔뜩 갖다준다네. 성격도 괴팍해서 남 얘기를 잘 안 들어요. 못 믿겠다고요? 아침에 일찍 가봐요. 정말 그런가.”

이튿날 아침 일타강사는 동화 같은 장면을 두 눈으로 확인했고, 그 아침의 빵집 풍경을 보름쯤 뒤 중앙일보 지면에 소개했다. 제목은 ‘등굣길 공짜 빵 1년 줬다… 월세 살아도 행복한 빵식이 아재’.  ‘빵식이 아재’는 남해 사람이 우스개 삼아 부르는 말이었으나, 기사 이후 김쌍식 대표의 브랜드가 돼 버렸다. 지금은 김 대표 자신도 ‘빵식이 아재’라고 부른다.

그날 이후 빵식이 아재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LG의인상을 받았고, tvN 프로그램 ‘유 키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소위 ‘돈쭐’이란 것도 당했다. 그것도 아주 호되게 당했다. “빵 굽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님이 몰려들었다. 빵식이 아재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빚을 다 갚았고, 여자친구도 생겼다. 쉰한 살 빵식이 아재는 올 10월쯤 띠동갑 여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빵식이 아재가 ‘초코파이’ 모델이 되었다. 제과회사 ‘오리온’이 초코파이 출시 50주년을 맞아 제작한 특별 패키지에 빵식이 아재의 사연이 실린다. 200만 개나 되는 초코파이 봉지에 빵식이 아재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사연이 새겨진다. 오리온에서 특별 제작한 초코파이가 6월 13일 빵식이 아재에게 전달됐고, 이튿날 아침 빵식이 아재는 새벽에 구운 쿠키와 초코파이를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그 장면을 보려고 남해로 내려갔다. 선한 영향력이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이어지는 감동을 현장에서 만끽하고 싶었다. 국내여행 일타강사 오늘의 주제는 일타강사와 남해 빵식이 아재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여행은, 인연을 쌓는 일이다.